상파울루 지하철 노조 파업
개막일 교통대란 불보듯
리우서도 동반 파업 예고
12일 시작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이 경기침체에 따른 사회불안 등 브라질 내부 사정으로 개막부터 차질이 우려된다. 월드컵 개최 반대 시위와 대중교통 파업이 개막식을 사흘 앞둔 9일까지 개막 도시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이어지면서 월드컵 참가국도 자국민 관광객 보호 등에 비상이 걸렸다.
상파울루시 지하철 노조원과 월드컵 개최반대 시위대 등 1,000여명은 9일 상파울루 도심에서 임금인상 및 월드컵 개최반대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위만 있을 뿐 월드컵은 없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상파울루 교통국 건물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한 경찰과 충돌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 60여명이 연행됐다. 상파울루의 한 택시기사는 AFP통신에 “대중교통이 마비돼 공항에서 12일 개막전이 열리는 경기장까지 택시로 2시간이 걸린다”며 “이대로라면 월드컵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파울루는 2,000만 인구 가운데 20% 이상이 지하철을 이용한다.
상파울루시 지하철 노조는 10, 11일 잠정 파업 중단을 선언하며 11일 노조원 투표를 통해 12일부터 파업을 재개할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업에 들어갈 경우 개막전이 열리는 코린치앙스 경기장과 연결된 노선 운행을 적극 저지하겠다고 경고한 상태여서 월드컵은 첫 날부터 대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와 시위대간 입장 차가 매우 큰 만큼 획기적인 돌파구 없이 월드컵 기간 파업 중단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지하철 노조는 임금 인상(전년 대비 16.5%)과 시위참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반면, 브라질 정부와 사측은 시위자 엄벌과 소폭 임금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7월 13일 2014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지하철 노조 파업이 예고돼 있다.
월드컵에 대한 브라질인들의 시선이 싸늘해진 것은 이 경기가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 돼 줄 것이라는 믿음이 깨지면서 시작됐다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월드컵 특수 혜택이 서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스폰서 기업과 중계권 관련업체 등만 돈을 버는 데 불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초 브라질 성인 1,000여명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브라질 국민 61%가 ‘월드컵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월드컵 기간 시위 중단을 선언하긴 했지만 브라질 빈민단체 ‘집없는 노동자 운동’이 월드컵 반대 운동을 주도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생필품 가격통제에 나설 정도로 위험한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부터 시위 현장에서 공공시설물 등을 파괴하며 폭력시위를 주도한 검은 복면의 ‘블랙블록’이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현상은 정부에 대한 불만을 대변한다”고 전했다.
월드컵 개최지 상황이 이렇자 참가국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월드컵 기간 브라질리아와 리우데자네이루에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요원들로 구성된 감시센터를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5일 치안이 우려되는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브라질 전역에 체류시 신변 안전 주의가 필요한 1단계 여행경보(여행유의)를 발령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