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부분 피하고 장관시절 외교현안 채워
"2009년 남편에 김정일과의 촬영 표정 지침"
사전예약만 100만권…美전역 클린턴 신드롬
“그녀의 책에 대한 기사가 없다면 그게 바로 뉴스다.”NBC 방송은 ‘클린턴 신드롬’에 빠진 미국을 이렇게 표현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을 놓고 미국이 들썩이고 있다. 10일 출간된 이 책은 2003년 첫 회고록 살아 있는 역사(Living History)에 이어 두 번째다. 클린턴 여론의 척도인 책 판매량은 여느 베스트 셀러 이상이다. 사전 예약으로 판매된 책만 100만권으로 첫 회고록이 한 달 동안 판매된 규모와 같다. 회고록 내용이 아닌 저자가 주목 받는 점도 독특한 클린턴 현상이다.
클린턴은 그 동안 여론의 ‘클린턴 퍼티그(피로감)’를 피해 공개활동을 접었다. 하지만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책 투어를 시작하며 언론과 여론에 다시 발언하기 시작했다. 클린턴은 그 동안 보여주지 못한 경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과 개인 스토리 같은 책 바깥 이야기로 한결 친근감 있게 다가서고 있다.
미 언론은 클린턴 행보를 2016년 대선 출정식, 민주당 인수 작업으로 부른다. 2016년 미국 대선의 제1막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클린턴은 대선출마에 대해 올 11월 중간선거 이후인 연말까지 결정하겠다며 여전히 신중하다. 그 스스로 아직 내리지 못한 힘든 선택이 바로 대선 출마라고 했다. 클린턴의 지지도는 계속해 독보적인 1위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공동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2위인 조 바이든 부통령보다 54%포인트 앞섰고, 공화당 유력주자 론 폴 상원의원을 10%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클린턴은 회고록에서 논란이 될 부분은 피해 국무장관 시절 부딪힌 외교 현안을 소개했다. 그에게 힘든 선택은 중동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리비아와 아랍의 봄이었고, 가장 쉬운 선택은 아시아의 정책이었다. 클린턴이 ‘스마트 파워 선택’이라고 자평한 아시아 정책은 ▦미중 관계 확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동맹국과 관계 강화 ▦국제기구 역할 증대의 세 가지 방향이었다. 클린턴은 무능외교 비판을 받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강경하고 원칙적인 입장을 지지했다. 일례로 국무장관을 떠나며 오바마에게 러시아를 조심하라는 마지막 주문을 남겼으나 백악관 인사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회고록에서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 초기 북한과 오간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오바마 정부는 출범 1개월 뒤인 2009년 2월 대화를 제안했으나 북한은 3월 미국 여기자 2명을 불법 월경 혐의로 체포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4월에는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와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클린턴은 그 해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해 여기자 2명을 데리고 귀환하기까지 비화도 상세히 기록했다. 먼저 빌 클린턴의 방북은 클린턴이 오바마에게 건의해 성사됐다. 북한이 고위급 특사단의 방북을 원하자 백악관은 앨 고어 전 부통령,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을 검토했다. 그러나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 위로편지를 보낸 빌 클린턴을 원했다. 클린턴은 “우스운 것은 방북 하는 남편에게 김정일과 공식 사진을 찍을 때 웃거나 찡그리지 말라고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잘못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였다.
클린턴은 “실제로 빌은 웃지 않았다”면서 “빌이 나중에 ‘제임스 본드(007) 영화의 오디션을 하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고 적었다. 클린턴은 이를 어떤 정권과도 긍정적으로 대응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례로 평가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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