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이 있어요. 7년 전부터.” C가 입을 열었다. 조용한 실내였고, 처음 만난 사이라 서먹한 정적이 잠시 감돌 때였다. “지금도요?” 내가 묻자 C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연을 들려주었다. 이명은 조짐 없이 찾아왔다고 했다. 윙, 윙, 하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 자체도 힘들었지만, 그녀를 한층 괴롭힌 건 출처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나는 걸까. C는 벽에 귀를 대어보기도 하고 옷장을 뒤지기도 했다. 왜 들리는 걸까. 돌이켜 봐도 그 즈음 특별히 아픈 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병원을 전전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한약도 먹어봤으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마음을 비우고 이명과 ‘함께 살기로’ 체념한 것이 약 삼년 전. “이젠 그러려니 해요. 다만 지금처럼 갑자기 적막해지면 존재감이 확 느껴지죠. 기묘해요. 나의 일부인 것 같다가도 귓속에 무슨 소리벌레가 기생하는 것도 같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 눈앞에도 문득 꼬물거리는 벌레들이 몇 가닥 선명해졌다. 비문(飛蚊) 말이다. ‘비문’은 안구 속 유리체의 부유물질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허공에서 제멋대로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이명과 비문. C과 나 사이의 어색한 공기를 타고 벌레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몸의 안에 있다고도 밖에 있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헛것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상한 벌레들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