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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의지 꺾는 제왕적 교장은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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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의지 꺾는 제왕적 교장은 사라져야"

입력
2014.06.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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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위주 권위적 운영 서울 67개교 중 무늬만 혁신학교 많아 문 前 교육감 의지 따라 지원 아닌 폐쇄 정책 펼친 교육청 책임도 커 量보단 質 향상이 우선 입시 수업·관료주의 철폐 소통하는 학교 만들어야

전국교육대생연합,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등이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에 반대해 동맹휴업했던 교대생을 탄압하는 정부와 교대 당국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전국교육대생연합,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등이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에 반대해 동맹휴업했던 교대생을 탄압하는 정부와 교대 당국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6·4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혁신학교가 얼마나 늘어날지 관심사다. 혁신학교는 폐교 위기의 경기 남한산초등학교에서 시작된 학교 혁신 실험으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에 의해 뿌리내린 대표적인 진보 교육 정책이다. 현재 혁신학교는 서울ㆍ경기ㆍ강원ㆍ광주ㆍ전남ㆍ전북 등 진보교육감 지역에 580곳이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에선 안정적으로 기반을 닦으면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냈지만 서울에서는 취지와 달리 엉뚱하게 운영되는 곳도 적지 않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2년 3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면서 혁신학교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혁신학교 중에는 교사ㆍ학부모ㆍ학생의 자발적인 협력이 이뤄져 ‘다니고 싶은 학교’로 자리잡은 곳도 분명 있지만 무늬만 혁신학교일 뿐 일반학교와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혁신학교 숫자를 늘리기보다는 내실화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 소통 없으면 무늬만 혁신학교

서울에는 현재 67개의 혁신학교가 있지만 이중에는 간판만 달았을 뿐 수업 혁신 의지는 찾아볼 수 없는 학교들도 일부 있다. 혁신학교 지원 예산에 눈이 먼 학교장이 일방적으로 전환을 신청한 A학교가 그 사례다. ‘제왕적 교장’이 교사들의 의견을 듣지 않다 보니 수업 혁신은커녕 교사들의 교육 의지마저 꺾고 있다. 이 학교 B교사는 “교사의 자발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직원간 논쟁이 활발한 게 혁신학교의 대표적 특징인데 우리 학교는 교직원회의 때 누군가 말을 하면 학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구성원간 의견 교환이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학생의 수업이 우선시되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교장 직권으로 결정되는 학교에서는 교사가 열정을 갖고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이 학교는 내려온 예산을 쓰기 위해 계획에도 없던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짜 넣기도 했다. B교사는 “초빙 교사를 뽑을 때도 교사의 혁신 의지는 묻지 않고, 전교조 조합원이 아닌지만 확인한다”며 “학부모들 중에는 이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있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교사들은 혁신학교의 성공 전제 조건으로 내부 소통을 꼽는다. 교육 개혁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의 자발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천구의 한 혁신초등학교 교사는 “혁신학교를 흠집 내는 쪽에서는 평교사들이 학교를 장악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동안 학교가 관리자들에 의해 장악됐다는 의미 아니냐”며 “교사들이 어떻게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관리자가 잘 지원해주는 학교 문화가 생기면 교사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ㆍ재정적 지원도 필수

한편에서는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들어서 혁신학교 옥죄기에 나서면서 학교 운영에 발목이 잡힌 경우도 있다. 특히 서울은 문용린 교육감이 들어선 2년여 동안 혁신학교에 대한 교육청의 지원이 묶이면서 정착을 하기도 전에 혁신학교 간판이 흔들렸다. 문 교육감은 올해 혁신학교 지원금을 97억원에서 40억원으로 대폭 삭감하고, 추가지정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2011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27개교에 대해 지난달부터 종합평가를 실시 중이지만 추가 지정은 물론 재지정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문 교육감 취임 이후 단 한 곳의 혁신학교도 새로 지정되지 않았다. 구성원들이 나서 혁신학교로 지정해달라는 곳도 문 교육감은 배제했다. 우솔초와 천왕중은 학부모들이 청원서명을 받아 혁신학교 지정을 준비했고, 시의회가 이들 학교를 고려해 예산까지 편성했음에도 문 교육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런 교육청의 정책 기조 때문에 혁신학교들은 교육청의 지원 없이 각자도생해왔던 게 현실이다. 혁신학교끼리 수업 사례를 공유하도록 하고, 서로 밀고 끌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할 교육청이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신영 전교조 서울지부 참교육실장은 “67개 학교에 대해 구속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은 교육청뿐”이라며 “교육청이 나서서 워크숍이나 연수 등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는 선도적인 혁신학교들로 하여금 성과가 미흡한 학교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혁신학교의 교장과 교사는 기본적으로 학교혁신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워크숍이나 연수를 통해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그동안 교육청은 혁신학교 지정만 해놓고, 이를 방기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숫자 늘리기보다는 내실을

사정이 이렇다보니 급격하게 혁신학교 숫자를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잘 되고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에 대한 원인 파악과 분석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급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혁신학교의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1년 당시 남한산초등학교의 성공을 이끌었던 안순억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학교 혁신은 돈 몇 푼 주고, 제도 몇 개 바꿔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구성원들끼리 교육에 대한 철학을 새롭게 다지고, 그에 따른 실천의 연대체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발적 그룹들이 나서 학교 개혁 의지를 가지고 혁신학교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재 그럴 역량을 가진 교사가 충분하지는 않다”며 “일단 일정 수준으로 혁신학교를 지정해놓고 그 후에 학교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교육청이 지원해나가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병부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혁신학교는 특별한 교사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간 철학을 공유해 학교운영 방식과 수업을 바꿔,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교사들이 경직된 관료주의나 입시 성적을 요구하는 내ㆍ외부적 압력, 사회적 관행 때문에 스스로 소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도적으로 자율성이 보장되는 학교문화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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