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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공관, 사무소 직원들 공금을 쌈짓돈처럼 사용

입력
2014.06.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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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예산 낭비 수십억 적발

주칠레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했던 공군 중령 A씨는 운영경비 예산을 사무실 금고에 현금으로 보관하면서 마치 관사초청 행사를 열거나 사무용품 등을 구입한 것처럼 속여 자신과 가족의 생활비로 충당했다. 운영경비는 주재국 내 금융기관에 예치한 뒤 필요시 집행해야 하는데도, 관리ㆍ감독이 소홀한 점을 악용해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이다. A씨가 2009년 8월부터 3년 간 사적 용도로 횡령한 금액은 3만 달러에 달한다.

감사원이 지난해 9~11월 외교부와 산하 25개 해외 공관 및 사무소를 상대로 예산집행실태를 감사해 9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 공관 직원들의 기강 해이와 통제 부실로 수십억원의 세금이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당국의 부실한 예산 검증 속에 공금을 부당 사용한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주과테말라 주재원사무소의 직원 B씨는 허위 영수증을 제출하는 수법으로 사무소 운영비와 현지 병원ㆍ보건소 리모델링 사업비 2만8,000달러를 횡령했다. 주말레이시아대사관 국방무관이었던 해군 대령 B씨도 무려 132회에 걸쳐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여비 명목으로 8,986달러를 타냈다.

해외 주재원들의 부정ㆍ비리를 감시해야 할 외교부의 예산남용도 심각했다. 외교부는 2011년에 한해 한시 적용했던 특수지 공관에 대한 생활환경 개선비를 면밀한 검토 없이 계속 연장해 80만달러를 부당 지급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해당 공관이 특수지에서 해제됐는데도 예산 삭감 등을 우려해 지급 예정 인원을 부풀려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보안사고로 수차례 지적을 받았던 외교 정보망의 부실 운용도 확인됐다. 외교정보시스템의 퇴직자 계정을 삭제하지 않아 퇴직자 200명이 웹메일을 계속 이용하는가 하면, 주나고야 총영사관이 여권통합정보관리스템에 들어가 열람한 개인정보 2,564건 중 2,091건은 여권 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개인정보를 무단 열람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적법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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