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선 의원을 지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자신의 정치적 역정을 담은 회고록 정치는 가슴으로를 펴냈다.
이 전 의장은 책에서 박 전 대통령 당시 3선 개헌 전후로 급박하게 돌아갔던 일화를 소개했다. 3선 개헌을 반대한 이 전 의장이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이후락, 김형욱은 물러나야 한다”는 발언을 하자 이에 앙심을 품은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중정 간부 두 사람을 불러 국가 기밀문서 보관함에서 수류탄과 권총을 꺼내 주면서 자신을 해치우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김성곤 전 의원이 박 전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김형욱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만일 김 부장이 이만섭 의원 몸에 손을 대기만 하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이 전 의장은 또 김재규 중정부장이 1979년 박 대통령 시해 전에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와 “차지철(당시 대통령 경호실장) 때문에 골치가 아파 죽겠다. 그가 모든 일을 제 마음대로 하려고 하니 여간 큰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국회의장 재임시절의 일화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자신을 청와대로 불러 예산안 강행 처리를 지시했지만 “날치기 처리는 안 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 전 의장은 책 서문에서 “모든 정당이나 정치인을 보수와 진보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때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연립내각을 구성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언급, 현 정치권을 향한 뼈 있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대구 출신인 이 전 의장은 동아일보 기자로 출발해 63년 6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93~94년, 2000~20002년 두 차례 국회의장을 지냈다. 국회의장 재임 당시 ‘날치기(강행처리)’를 하지 않은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