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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고 나누는 정치가 정답이다

입력
2014.06.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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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배제한 독식ㆍ독선ㆍ독주 정치가 위기의 본질

정치 안정ㆍ국정 효율 높이려면 연대와 타협이 절실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기 대선주자 1순위로 우뚝 섰다. 한국일보가 창간 60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2017년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 시장은 17.5%를 기록했다. 당 내 경쟁자인 문재인 의원(13.6%)과 안철수 공동대표(12.2%)를 제치고, 집권여당 소속 경쟁자인 정몽준 전 의원(7.8%),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4.7%), 김문수 경기지사(4.3%) 등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오늘의 박원순이 있게 한 숨은 공로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그가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고 사퇴한 뒤 실시된 서울시장 보선은 정치와 거리를 둬 왔던 박원순에게 뛰어들 공간을 제공했다. 박원순은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했던 안철수의 야권 단일후보 양보에 힘 입어 승리했고 이번에 재선 관문을 통과함으로써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됐다.

오 전 시장이 범한 잘못은 2010년 6ㆍ2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게 겨우 0.6%포인트 차 승리를 거뒀음에도 서울 시정에서 100%의 권력을 행사하려 한 데 있었다. 무상급식 문제는 6ㆍ2지방선거의 최대 이슈였다. 곽노현 당시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시 의회의 절대다수를 점한 야당 소속 의원들의 엄호 아래 무상급식을 추진했다. 오 전 시장이 조금만 더 지혜로웠다면 그런 무상급식을 전면 부정할 게 아니라 일정 수준에서 타협해야 옳았다.

오세훈의 실패는 이번에 당선된 광역단체장들이 유념해야 할 교훈이다. 그런 점에서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는 앞서가고 있다. 남 당선자는 야당 추천을 받아 부지사를 임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당선 후 인터뷰에서도 이 공약 실천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이번에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에게 0.8%포인트 차 신승을 거뒀고, 경기도의회는 여소야대 구도여서 오 전 시장이 처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을 헤쳐가야 한다.

원 제주지사 당선자는 이번 선거 경쟁자였던 상대당 신구범 후보에게 지사직 인수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민선 6기에 이르는 지방자치제 역사에 일찍이 없던 일이다. 새정치연합 제주도당 측은 “이미지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저열한 정치쇼”라고 거세게 반발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선거에서는 졌지만 함께 도정을 이끌어가는 경험을 쌓는 것은 새정치연합에도 손해 될 게 없지 않은가.

정치안정과 효율 면에서 선진국 반열에 꼽히는 나라들의 대세는 나누는 정치다. 독일이나 북구의 정치 선진국들은 연정을 제도화해 놓고 있다. 선거제도 자체가 다수당이 참여하는 연정을 유도하도록 돼 있다. 되도록 많은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고 이들 간에 연대와 타협을 도출하는 게 다수 국민의 이해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정치철학에 기반한 장치다. 그러고 보면 양당제와 승자독식구조를 갖고 있는 미국의 정치는 효율이나 다수 국민의 이해 반영이라는 점에는 한참 뒤처져 있는 셈이다.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독식ㆍ독선ㆍ독주 정치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 길게 돌아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보다 겨우 3.6%포인트 더 많은 51.6%를 얻어 당선됐다.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서는 보다 안정된 승리라지만 자신을 찍지 않은 49%의 국민에 대한 배려가 크게 부족했다. 총리 인선을 포함한 대폭적인 인적 쇄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음 대선은 참여와 나눔, 협치 등을 강조하는 후보들끼리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원순, 안철수, 남경필, 원희룡, 안희정 등 그런 신념과 성향을 가진 주자들이 향후 4년 동안 경쟁을 거쳐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박 대통령도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에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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