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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묵시록

입력
2014.06.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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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가 데츠카 오사무(1928~1989)가 1950년대에 그려낸 로봇 ‘아톰’의 캐릭터는 착하고 정의로운 소년이다. 아들 ‘토비’를 교통사고로 잃은 천재 과학자 ‘텐마’ 박사가 모든 과학기술을 동원해 10만 마력의 힘을 지닌 ‘아톰’을 만들었다. 생각하는 로봇이기 때문에 인간과 다른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봇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만든다’는 작품 속 로봇법의 취지대로 악당을 물리치는 활약을 펼친다.

▦ 반면, 요즘 공상과학 이야기(SF)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체(AI)의 캐릭터는 50여 년 전과는 크게 다르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인간의 지성을 초월할 정도로 도약한 인공지능체들이 인간을 지배하고 말살하려는 무시무시한 존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류의 생존을 건 기계와의 마지막 전쟁을 설정한 SF 영화 ‘터미네이터’(1984) 시리즈나, 비밀스럽게 인류의 멸절을 시도하는 슈퍼컴의 음모를 다룬 영화 ‘이글아이’(2008)만 봐도 그렇다.

▦ 인공지능체가 편의를 증진시키기는커녕, 인간과 대립하고 갈등하기 십상일 거라는 SF의 설정은, 일단 생각하는 인공지능체가 만들어지면 그것들이 스스로 비약적으로 진화하는 ‘지능폭발’의 국면을 열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그 경우, 인공지능체는 인간에게 봉사하는 차원을 넘는 자기정체성을 자각하고 그 자각에 따라 독자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는 인공지능 개발이 인류의 존망을 가를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경고는 최근에도 이어졌다. 스티븐 호킹 박사 등 석학 4명은 지난 5월 영국 인디펜던트지 공동기고문을 통해 “인공지능은 인류 문명을 위협할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인공지능을 SF의 소재로만 치부하는 것은 사상 최악의 실수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경고에 아랑곳없이 인공지능 개발은 급진전하고 있다. 그제는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기준인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첫 사례가 나왔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왠지 개운찮은 구석이 더 많은 소식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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