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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학대 아동 죽음 못 막은 행정시스템에 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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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학대 아동 죽음 못 막은 행정시스템에 메스

입력
2014.06.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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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상담소 뒤늦은 신고로

8년 전 굶어 죽은 5세 어린이

백골상태로 발견돼 충격

"전국 가정 실태 전면 재조사"

사회 시스템 보완에 총력

일본 가나가와현 아쓰기시에서 다섯 살배기 남자 애가 집에서 숨진 뒤 8년 만에 유골상태로 발견된 사건이 발생, 일본 열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은 부모 학대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숨진 지 8년이 지나도록 취학연령 아동의 행방조차 파악하지 못한 일본의 후진적 행정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비정한 아버지의 학대가 원인

가나가와현 아쓰기시 아동상담소는 지난 달 22일 “올해 중학교에 입학해야 할 사이토 리쿠(사망당시 5세)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리쿠의 아버지 사이토 유키히로(36)를 상대로 소재를 확인한 결과 “8년 전에 숨진 아들을 집에 방치해 두고 있다”는 자백을 받아냈고, 집에서 뼈만 남은 리쿠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이토는 2005년 가정 불화로 부인이 집을 나가자 아들을 혼자서 키워오며 아들을 수시로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밤에 트럭운전을 하고 새벽에 퇴근하는 사이토는 초기에는 아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 외출했다. 외출 시에는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우게 했다. 경찰조사결과 사이토는 전기세도 체납, 숨지기 전까지 리쿠가 줄곧 어두운 방안에서 생활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사이토는 이후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뒤 일주일에 한 두 차례 리쿠가 거주하는 아파트로 찾아와 먹을 것을 놓고 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파트를 찾는 횟수는 줄었다. 그는 경찰에서 “식사량이 적어 이대로 가면 아들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진술했다.

사이토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2006년 10월 아파트를 찾은 사이토는 방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사이토의 비정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매달 6만엔 가량의 아파트 월세를 꼬박꼬박 지불하는 가 하면, 시체가 썩는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방과 창문을 테이프로 봉하는 등 아들의 사망사실을 철저히 은폐했다.

●일찍 발견할 수도 있었지만

일본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했다면 적어도 훨씬 이전에 리쿠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거나, 리쿠의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쓰기시 아동상담소는 2004년 7월 리쿠가 아쓰기 시내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을 발견, 리쿠의 어머니에게 인계한 적이 있다. 일본 언론은 “리쿠가 부모 학대와 무관심에 방치돼있다는 사실을 아동상담소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라며 “이들 가족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리쿠가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동상담소측은 “리쿠의 어머니가 당시 ‘다른 일이 있어서 아버지에게 잠시 맡긴 사이에 아이가 없어졌다’고 진술해 그대로 믿었다”고 해명했다. 일본 언론은 “리쿠가 2005년 의무 건강검진에 참석하지 사실을 알면서도 아동상담소가 가정실태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쓰기시 당국은 2008년 초등학교 취학연령에 달한 리쿠가 입학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자 리쿠 아버지 사이토를 10여 차례 만나 아들의 행방을 캐물었다. 사이토는 “도쿄 어딘가에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는 거짓말로 일관했으나, 시 관계자는 가정 방문 등 단 한번도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아쓰기시 당국이 리쿠 소재에 의심을 품고 지난 달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9년의 세월을 허비했다”고 꼬집었고, 미야자키 마사히코 아쓰기시 학교교육부장은 “보호자나 본인을 직접 만나는 등 치밀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뒤늦게 사죄했다.

●취약한 아동보호 시스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아동학대와 행방불명 실태에 대한 전국적 재조사가 벌어지는 등 사회 시스템 보완 작업이 한창이다. 사가현 미하라시 교육위원회는 취학연령에 달하고도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동 5명을 파악했고,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도 행방이 묘연한 초등학생과 중학생 6명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일본 언론은 “2010년 죽은 지 30년이 지난 노인이 집안에서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서 100세 이상 노인들의 행방에 대한 실태 파악이 이뤄졌지만, 당시에도 행정력이 아동에 대한 조사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다”며 “일본의 후진적 행정 시스템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전했다. 야마다 후지코 아동학대방치방지네트워크 이사장은 “아동 학대의 의심이 가는데도 부모의 말만 전적으로 믿고 부실한 조사로 마무리한다면 행정 당국이 아동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며 “아동 실종 등 문제는 행정 당국에만 맡기지 말고 제3자 검증을 통한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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