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 고려대 교수
“제도 개선을 통해 진보와 보수의 동반자 정치를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한국포럼 1세션 기조연설에서 “한국정치가 해방 이후 불거진 이념갈등과 민주화 이후 두드러진 지역갈등의 복합갈등구조에 갇혀 있다”고 진단한 뒤 이른바 ‘합의 민주주의(Consensus democracy)’를 통한 사회 통합을 주장했다.
임 교수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아 양극화가 뚜렷해지면서 한국의 복합갈등구조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규정하며 “계급간 이익갈등이 정체성 갈등과 섞이면서 타협을 통한 갈등 해결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갈등의 구조가 이처럼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틀로 작용해야 할 정치제도는 승자독식의 ‘다수지배 민주주의’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정치제도 아래에선 정치적 소수파인 동시에 사회적 약자인 이들의 이익이 대표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보수적이고 부유한 계층이 정치적 다수를 차지하고 이념적으로 진보이며 약자인 이들이 정치적 소수를 형성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정치적 다수의 교체, 즉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임 교수는 설명했다.
임 교수가 복합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합의민주주의 제도의 핵심은 권력분산이다. 비례대표제 및 초다수제의 강화, 강제력을 갖는 노사정합의기구, 연방제 및 지방분권 강화 등이 그가 제안한 대표적 제도들이다.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 다수정당의 독재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다수제는 과반을 넘는 5분의 3, 3분의 2 등 절대다수의 찬성이 있어야 결정이 이뤄지는 합의주의 제도로 다수지배주의(과반)의 분열적 요소를 완화시키고 합의를 강제하는 장치이다. 우리나라의 노사정위원회와 달리 강제력을 갖춘 노사정합의기구를 만들면 계층간 이익갈등을 보다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 지방분권이 전제되어야 하는 연방제의 경우 현재 우리 현실에서는 시행이 불가능하지만 통일 이후 남북사회를 통합할 제도로 적합하다는 것이 임 교수의 생각이다.
임 교수는 합의민주주의 제도가 갈등을 해결하는 적절한 틀이지만 제도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분점 제도가 악용될 경우 엘리트의 카르텔 형성, 도덕적 해이, 정치적 책임성 약화 등의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심지어 합의체제가 붕괴됐을 때 집단 간 폭력적인 갈등이나 내전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혁백 교수는...
온건 진보학자 그룹인 좋은정책포럼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대 교수를 시작으로 학자의 길에 들어서 고려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정치개혁 연구실장을 맡는 등 ‘뉴 레프트’의 중심축으로 활동해 왔다. .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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