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나면 허둥지둥 추가 규제
씨랜드 화재는 C동 301호에서 발생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화재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컨테이너박스가 순식간에 구겨지듯 무너져 내렸다”고 증언했다. 작은 불씨가 이렇듯 처참한 참사로 이어진 결정적인 원인은 52개 컨테이너를 쌓아 만든 조립식 건물 외벽을 둘러싼 샌드위치 패널이었다. 샌드위치 패널은 한 번 불이 붙으면 기름처럼 빠르게 타고 유독가스를 내뿜어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후 15년이 흐르도록 샌드위치 패널의 사고 위험을 불식시킬 제도조차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1999년 당시 청소년수련시설은 어린 청소년들이 단체로 이용하는 시설인데도 방염 설비에 대한 규제가 아예 없었다. 화재 이후에야 국토교통부는 부랴부랴 관련 법을 개정해 청소년수련시설 등을 샌드위치 패널 사용 제한 대상에 포함시켰다.
9년이 흐른 2008년 역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또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반건축물이나 청소년수련시설에 대한 규제는 마련됐지만 당시 창고에 대한 규제는 없었다. 사람이 상주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지만 실제로 발생한 냉동창고 화재의 인명피해는 컸다. 2010년 국토부는 다시 법을 고쳐 3,000㎡ 이상 창고에는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제한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규모가 큰 창고는 국내 창고 중 1%에 불과해 사실상 사고 예방에 큰 의미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경기 안성시 냉장창고 화재는 62일이나 불타올랐다.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국토부는 또 다시 지난해 12월 면적 600㎡ 이상 창고에 샌드위치 패널 등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을 규제하는 내용의 건축법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그리고 올해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10명의 아까운 목숨이 또 희생됐다.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뿐만 아니라 붕괴에도 취약한 탓이다. 폭설이 내린 지난 겨울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울산 자동차부품업체 공장 등에선 인명 사고가 잇따랐다. 운동시설과 공장 내부 마감재로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할 수 없도록 한 법이 있었지만 시설주가 지키지 않은 탓에 사고로 이어졌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에 쓰인 샌드위치 패널은 난연성 패널이기는 했지만 건축과정의 구조적 결함으로 붕괴 위험에 빠져든 것을 적발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내화구조 의무대상에서 건물의 ‘지붕’은 빠져 있다. 씨랜드 화재 직전 개정된 건축법에서 건물의 지붕을 내화구조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규정이 지붕틀로 바뀌었고, 아직까지 강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효범 소방방재청 화재조사담당관은 “화염은 천장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데 건축 단가 때문에 사용되는 값싼 가연성 패널로 수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붕괴 위험성 때문에라도 샌드위치 패널 지붕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청소년수련시설 안전점검도 관리감독자인 여성가족부가 뒷짐을 지고 있어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여가부는 청소년활동진흥법에 근거해 청소년 수련시설을 수련원, 수련관, 야영장, 유스호스텔, 문화의 집 등으로 구분해 3년 주기로 종합안전점검을 해 왔다. 하지만 3년에 한번 꼴인 이 안전점검마저 의무사항이 아니다.
조아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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