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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없는 보수... 기득권 고수·권력투쟁 도구로만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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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없는 보수... 기득권 고수·권력투쟁 도구로만 작동"

입력
2014.06.0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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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자 성신여대 교수

“한국 보수는 ‘뿌리 없는 보수’다.”

이날 ‘보수ㆍ진보의 통렬한 자기 반성’을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 첫 발표자로 나선 최민자 성신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국의 보수를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 보수는 근대 이후 외세 의존적ㆍ반공주의적 성격을 띤 탓에 이념적 체계화를 도모하지 못한 채 기득권 고수와 권력투쟁을 위한 이념적 도구로서만 작동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념적 뿌리에 대한 주체적인 탐색 없이 박제화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다.

최 교수는 “한국 보수 세력은 고유의 역사와 전통, 사상과 정신문화 속에 그 이념적 뿌리를 내리지 못한 탓에 한반도 민족주의와 결합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무엇을 보수하고 무엇을 혁신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역시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보수가 뿌리 없는 보수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보수주의의 메타윤리 탐색 ▦정치의 과학화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식 함양 ▦반도식민사관으로부터의 탈피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메타윤리 탐색이란 극명한 이분법에서 벗어나 윤리의 근원적 기준이 무엇인지 탐구해나가는 과정”이라며 “보수-진보 논쟁이 선악구도 속에 갇혀있는 한국의 정치적 지형에서 ‘윤리적인 것’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기준을 정립해야만 보수주의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토양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와 과학기술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폐기물처리ㆍ자원부족·등을 해소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개발돼 있음에도 정치의 과학화가 부진한 까닭에 이를 정책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민자 교수는...

부산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켄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중국 베이징대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성신여대 사화과학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정책전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 전통사상에 조예가 깊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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