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더그아웃에 산소마스크도 있는 쿠어스필드 등판 각별히 신경 썼다”
어느 경기보다 값진 1승이었다. 류현진(27ㆍLA 다저스)이 ‘투수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 시즌 7승을 수확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에 성공했고, 타석에선 득점을 올리는 시즌 첫 2루타까지 쳤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동안 8안타(1홈런) 2볼넷을 내줬지만 2실점으로 막고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삼진은 2개를 잡았으며 직구 최고시속은 93마일(약 150㎞)를 찍었다. 시즌 7승(2패)과 함께 원정 5승 무패, 어깨 부상에서 복귀 후 4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09에서 3.08로 약간 낮췄다. 투구 수 100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62개였다.
쿠어스필드는 해발 1,610m의 고지대에 있어 타구가 공기 저항을 덜 받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쿠어스필드의 비거리는 타 구장 평균보다 11.2m나 더 길어 투수들에겐 무덤, 타자들에겐 천국과 같은 곳으로 꼽힌다.
어느 때보다 긴장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1회 안타 2개를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막고 무사히 넘겼다. 4회엔 무사 1ㆍ2루의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요리하고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자랑했다.
무실점 행진은 6회 중단됐다. 1사 후 드류 스텁스에게 시속 86마일(약 138㎞)짜리 초구 직구를 던지다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한 것. 이어 2사 후에 다시 2루타와 3루타를 연달아 맞고 추가 실점했다. 다행히 더 이상의 점수는 뺏기지 않은 채 6-2로 앞선 7회 브랜든 리그에서 공을 건네고 이날 등판을 마쳤다.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2-0으로 앞선 5회 선두타자로 나가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린 뒤 디 고든의 3루타 때 팀의 세 번째 득점을 올렸다. 올 시즌 자신의 세 번째 득점이기도 했다. 2루타는 시즌 처음이자 메이저리그 통산 4개째다. 류현진은 6회 공격 무사 1ㆍ2루에서도 착실하게 투수 앞 희생번트를 성공해 주자 둘을 안전하게 진루시켰다.
류현진은 경기 후 “다른 곳과 달리 빠른 볼과 변화구 모두 던지기가 어려웠다. 낮게 던지려고 한 점이 주효했다”면서 “쿠어스필드에서 점수를 적게 주려고 다른 때보다 불펜에서 공을 더 많이 던졌다”고 밝혔다.
2루타를 터뜨려 타자로도 승리에 힘을 보탠 류현진은 “2루타를 치고 들어오자 동료들이 산소마스크를 씌워주려 했다. 쿠어스필드 더그아웃에 산소마스크까지 있더라”면서 고지대인 쿠어스필드 첫 등판의 이색적인 경험담을 소개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평소보다 낮게 던지려고 좀 더 노력했을 뿐 다른 경기와 던지는 모습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고 칭찬했다.
류현진은 현재 로테이션대로라면 13일 신시내티와 원정경기에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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