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93.6% "아베 총리 야스쿠니 참배 부적절"
일본 89% "박 대통령 거듭 일본에 역사인식 비판 부적절"
한국과 일본의 국민적 인식을 상호 비교하며 양국 관계 및 동아시아 정치 풍향을 제시해온 ‘한일 공동 여론조사’가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이 1995년부터 실시해온 이 조사를 통해, 양국 국민은 식민지배 역사로부터 비롯된 깊은 갈등과 지정학적 파고를 함께 넘어야 하는 이웃 국가의 유대감 사이에서 현안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이끌고 있는 2014년 한일 관계는 조사가 진행돼온 지난 20년을 통틀어 최악 상황이다. 한국인 중 ‘양국 관계가 좋다’고 보는 견해는 지난해 18.2%에서 올해 11.3%로 급감, 독도 문제로 반일감정이 팽배했던 2005년(11.0%) 이후 가장 낮다. 더 주목할 것은 일본의 여론 악화 추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17.2%가 ‘양국 관계가 좋다’고 답해, 조사 이래 최저점을 찍더니 올해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7%로 떨어졌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 발언 여파가 계속되던 1996년,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담화로 독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6년에도 응답자의 35~36%는 한일 관계를 긍정했던 일본이었다.
반목하는 상호 민심은 양국 현안에 대한 견해에서도 표출됐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두고 93.6%라는 압도적 다수가 ‘부적절했다’고 성토했다. 이에 맞서 일본 응답자 89%는 박 대통령의 거듭된 일본 역사인식 비판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군사 대국화를 꾀하는 아베 정부에 대한 불안을 반영하듯 ‘일본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 한국민은 지난해 27.2%에서 올해 41.3%로 크게 증가했다. 일본 또한 ‘한국에 군사적 위협을 느낀다’는 답변이 22.2%에서 25%로 소폭 올랐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일본과 갈등을 빚는 상황은 취임 초기 미국에 이어 일본과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강화를 추진했던 전임 정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물론 박 대통령 취임 전해인 2012년에 이미 한일 관계가 본격적으로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 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은 전격적인 독도 방문에 이어 “일왕이 방한하고 싶다면 독립운동 희생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일본의 반발을 샀다. 12월 출범한 아베 정부는 왜곡된 역사 인식을 포함한 보수우익 행보로 갈등을 증폭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 3ㆍ1절 기념사나 5월 한미 정상회담 및 미국 의회 연설 등에서 일본에 올바른 역사 인식을 거듭 촉구했다”며 “이는 취임 초기 일본이 부담스러워하는 역사 문제 관련 발언을 자제하며 미래지향적 협력방안 마련에 중점을 뒀던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응답자의 89.6%, 일본 응답자의 83% 등 양국 국민 대다수가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사실 지난 20년 동안 조사에서 ‘양국 관계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한국은 11.0~42.7%, 일본은 7~72.3%로 편차가 컸다. 양국 관계가 현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인데 이는 역으로 관계 호전에 필요한 복원력 또한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은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해결과제(복수응답 가능)로 독도 문제(88.2%), 일본군위안부 문제(83.6%),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68.2%)를 먼저 꼽았고, 일본은 자유무역협정 체결(60%), 독도문제(59%), 재일한국인 지방선거권 부여(46%) 순이었다. 양국 협력 과제(복수응답 가능)로는 한국과 일본 모두 북한 핵ㆍ미사일 대응, 경제적 연계 강화, 문화적 교류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번 공동조사의 한국측 부분은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5월23~25일 유선전화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면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본에서는 요미우리신문사가 같은 기간 1,0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한국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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