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라는 나라
어떤 격변이나 재앙, 재난을 경험하면서 국가나 정부에 실망하면 흔히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한탄을 하게 된다. 그것은 절망감의 가장 극적인 표현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나고 자란 땅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삶에 대한 처절한 회한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땅을 떠나고 싶다는 회한은 실천하기 힘든 것이므로 더욱 역설적인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데 나는 우리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5년 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나는 다른 나라의 작가들 앞에서 작품을 낭독할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낭독에 앞서서 이런 말을 했다.“기회가 된다면 여러분들은 다만 몇 개월이라도 한국에 거주해보기 바란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스펙터클하고 다이내믹한 나라여서 작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안긴다. 나는 작가로서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고백하자면 저 말은 결코 빈말로 한 것이 아니었다. 내 눈에 한국은 시인이나 소설가들에게 최적화된 나라다. 한국처럼 여기저기서 도발적인 이슈가 매일매일 창출되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불과 반세기 만에 농경사회에서 IT를 기반으로 한 현대화를 이뤄낸 나라여서 그런지, 한국인의 의식은 몸에 새겨진 시간의 체적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의식의 성장판에 이상이 생긴 거다. 그것은 불구화된 욕망으로 발산된다. 문인에게 이 불구화된 욕망만큼 흥미로운 관찰의 대상은 드물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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