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은 지켜야 하지만 아는 사람은 봐줘야 한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에 세월호 침몰 참사 등 대형 재난이 끊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6일 ‘안전한 사회를 위한 기업ㆍ직업 윤리 확립방안 및 노사정 역할’이란 발표문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이 교수는 1990년대 이후 대형 재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한국이 ‘위계적 권위주의’ 사회에서 개방적 민주주의, 복지국가로 바뀌는 ‘전환지대’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만, 스페인 등 전환지대 국가의 특징은 ‘아는 사람에 대한 신뢰는 매우 높지만, 모르는 타인에 대해서는 잘 믿지 않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교수는 규칙준수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셋으로 나눴다. 규칙을 위반한 지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직무를 다하는 것이고, 이후 인간 관계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불굴의 원칙론’, 불이익을 주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인간관계를 해칠 것으로 생각하는 ‘자신없는 원칙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융통성 없는 태도이고, 인간관계도 해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온정론과 관계중시’ 등이다.
이 교수는 많은 한국인들이 ‘자신없는 원칙론’의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규범을 지키되 아는 사람은 봐줘야 한다는 ‘표리부동’의 태도다. 형식적인 안전훈련, 과적관리의 부실, 무리한 증축 등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꼽혔던 것들이 이런 태도에서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특히 규제ㆍ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책임자들이 규칙보다는 가까운 사람을 챙기는 것을 범죄로 여기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신뢰에 기반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전환지대’에서 벗어나 개방적 민주주의,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9일 노사정위원회가 프레스센터에서 여는 ‘안전관리 시스템과 직업윤리 토론회’에서 이 내용을 발표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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