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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 이명박과 강퍅한 박근혜

입력
2014.06.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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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에 도전했다 낙선한 김부겸. 평가가 후하다. 지역주의에 도전한 패기를 높이 사서다. 제2의 노무현이 되길. 반면 노무현 후임자 둘에 대한 평은 박하다. 싱겁거나 강퍅하다.

지난 4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선거 캠프에서 낙선에 대한 입장발표를 마친 뒤 지지자가 쓴 글을 바라보고 있다. 대구=뉴시스
지난 4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선거 캠프에서 낙선에 대한 입장발표를 마친 뒤 지지자가 쓴 글을 바라보고 있다. 대구=뉴시스

“선거의 스포트라이트는 승자가 독차지하는 법이지만 때로는 패자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상찬을 받기도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나 대의명분 등에 헌신하기 위해 눈앞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출마한 뒤 최선을 다했으나 아깝게 패배한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6ㆍ4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도전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는 자신의 고향이자 야당 불모지인 이곳에서 선전했지만 또다시 지역주의의 강고한 벽은 허물지 못했다. 2012년 4월 총선 당시 대구 수성갑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과 맞붙어 40.3%를 얻고도 낙선한 그가 이번에도 40.33%라는 의미있는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당선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총선 당시 그는 당선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경기 군포의 지역구를 버리고 전격 귀향했다. 이번 선거에서 김 후보는 청중이 없어도 벽을 바라보고 홀로 유세를 펼치는 ‘벽치기 유세’를 선보이는 등 분투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이곳에서 여당 후보인 권영진 당선자의 ‘박근혜 마케팅’을 막지 못했다.”

-김부겸, 오거돈(경향신문 ‘여적’ㆍ손동우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사지(死地)에서 2012년 총선과 이번 지방선거 내리 40%의 놀라운 지지를 끌어낸 김부겸 전 의원도 주목된다. 특히 이번 대구 전체의 40% 획득은 총선 이후 한결 확장된 득표력을 보여주었다.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부산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영남 출신 야당 주자로서 손색이 없다.”

-차세대 기대주들(한국일보 ‘세상만사’ㆍ황영식 논설실장) ☞ 전문 보기

“이명박 대통령은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좀 싱거운 대통령이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며 잘못을 자주 저지르고, 난데없이 독도를 방문하여 불씨를 되살리고…. 거기에 비하여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은 결연한 의지의 철저한 조치를 강퍅하게 휘두르는, 역시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독기가 있는 지도자라 하겠다. 그래서 그동안 반대세력, 마음에 안 드는 세력을 매몰차게 몰아붙여 왔다. 무서운 지도자다. 세월호 참사가 그 결과는 아니다. 그러나 그 참사를 계기로 많은 국민들은 독기 서린 통치 스타일을, 통치 방향의 잘못됨을 새삼 느끼게 되고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숙고한다(한겨레 특별기고ㆍ남재희 언론인) ☞ 전문 보기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던 2013년 2월 12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만나 환담장인 백악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던 2013년 2월 12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만나 환담장인 백악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남재희 선생 글은 더 읽어볼 만하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죽산 조봉암 사건에 포개고, 차이에 인색한 우리 정치 문화의 후진성을 비판한다. 원로 언론인의 연륜과 통찰에 기초해서다.

“통합진보당 문제를 새삼 곰곰 생각하게 되었다. (…) 두 가지다. 이석기 의원 중심의 이른바 아르오(RO)에 대한 재판. 그리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 여부 공판이다. 나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언론에 보도된 이석기 의원의 언동이 심하다 싶었다. (…) 그러나 이번 1심의 재판 결과를 보고는 좀 과한 형량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음모’가 아닌 ‘위법’ 정도가 아닌가 싶다. (…) 철이 없다시피 함부로 떠들어댄 것 같기는 한데 혁명음모적인 조직적 활동이라기에는 너무도 희극적이다. (…) 정부가 청구한 정당해산 헌법재판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이승만 정권이 죽산의 진보당을 해산한 일이 연상된다. 정말 정적을 때려잡기 위한 사법살인이었고 공보실에 의한 어이없는 정당해산 발표였다. 이번 일에 결론을 먼저 말하면, 작다고 할 수 없는 국회의 소수파 정당을 헌법재판에 의해 해산해서는 안 되고, 선거에서의 국민들의 표에 의한 심판에 맡기는 것이 민주정치의 이치에 맞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는 게 순리다. 종북몰이의 흙먼지 속에 졸속으로 억지논리를 펴며 무슨 전자결재까지 받아가며 해산을 청구한 정부가 우선 경솔했다. (…)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 핵심적 사항 같다. 김일성이 사용한 적이 있다는 것이 죄라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인민’, ‘민중’ 등의 용어도 걸릴라. (…)‘진보적 민주주의’는 우리나라의 여러 정치인들이 이미 사용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도 쓴 바 있는 용어다. (…) 나는 정치에 맡겨둘 것은 되도록 맡겨두고 사법부는 되도록 적게, 아주 적게 간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생물학에서 동종교배보다 이종교배가 종(種)의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통합진보당과 같은 이종과의 경쟁이 우리 정치에 기여를 하리라고 보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숙고한다(앞의 글 링크 참조)

진보 정치의 현실은 그러나 이념형과 크게 어긋난다. 6ㆍ4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그리 크지 않았던 입지가 더 좁아졌다. 진보 교육에 보인 유권자의 호의는 정치에까지 미치지 못했다.

“지난 2012년 대선의 최종 득표율에서 나타난 3.6%의 차이를 넘어서기 위해선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처럼 능동적 의제 선점이 요구됐음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은 이 과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더없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 지역 투표와 세대 투표가 결합하고, 이 두 경향을 견고히 하는 이념 투표가 선거를 결정하는 한국적 정치 균열이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고 나는 생각한다. 흥미로운 것은 교육감 선거 결과다. 전국 17곳 중 13곳에서 진보적 교육감이 당선된 것은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선 보수 후보의 난립과 진보 후보의 단일화가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게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움직이지 말라’는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교육, 대학입시와 스펙 쌓기 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진보적 교육감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진보정치의 몰락도 또 하나의 주목할 결과다. 1999년 민주노동당이 창당한 이래 진보정치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빈번한 이합집산, 이석기 의원 사태 등 최근 진보정치가 보여준 모습을 돌아보면, 시민적 시각에선 진보정치를 지지해야 할 이유를 찾기는 어려웠다. 근본적인 자기 성찰과 혁신을 감행하지 않는다면 진보정치는 앞으로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6ㆍ4 지방선거가 남긴 과제(경향신문 ‘시론’ㆍ김호기 연세대 교수) ☞ 전문 보기

보수 진영에서도 자성론이 나온다. 탐욕에 눈이 멀어 자기끼리 싸우다 진보(=전교조) 쪽에 어부지리를 선물했다는 것. 조선일보의 질책이 매섭다. 이 신문은 전교조 혐오로 유명하다.

“김 교장이 가세했을 때 이미 보수 후보는 열 명을 헤아렸다. 뜻있는 인사들이 ‘전교조만은 안 된다’며 단일화하라고 했지만 허사였다. 몇몇은 ‘여당이 나를 민다’며 협상 테이블을 걷어찼다. 그해 6월 교육감 당선증은 진보 후보에게 돌아갔다. 4년 뒤인 올해도 판박이 같은 일이 벌어지더니 전국적 현상이 됐다. (…) 어제 몇몇 신문이 조희연 서울 교육감 당선을 ‘9회 말 역전 만루홈런’이라고 했다. 꼴찌에서 출발해 막판 뒤집기를 했다는 뜻이다. 한 여론 전문가는 ‘홈런을 쳤다기보다 보수 내야수들이 자중지란에 빠진 사이 홈까지 걸어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보수는 훌륭한 두 발을 갖고 있는데도 걷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 어느 학자는 단일화 못 하는 병을 ‘공익과 사익(私益)을 구별 못하는 탐욕’이라고 했다. 모두 잘난 탓에 스스로 경쟁력이 최고라고 착각한다. 착각이 병을 부른다. 4년 뒤에도 병이 나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한편으론 탐욕에 찌든 사람들에게 아이들을 맡기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保守의 탐욕’(조선일보 ‘만물상’ㆍ김광일 논설위원) ☞ 전문 보기

“6ㆍ4 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조희연 후보는 2위 문용린 후보와 제법 큰 격차로 당선됐다. 불과 보름 만에 꼴찌가 1등이 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선거 중반까지 부동의 1위는 고승덕 후보(보수 성향)였다. (…) 고·문 후보가 이전투구하는 사이 조 후보는 ‘다른 물’에서 정책을 발표한다. 보름 만의 꼴찌 당선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보수 진영의 진흙탕 싸움은 양희은의 ‘작은 연못’을 떠올리게 한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 이번 선거에서 적어도 서울의 보수들은 ‘작은 연못’에 머물렀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마찬가지로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경선 역시 그런 공간에서 진행됐다. (…) 세월호 참사를 보며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그 분노는 여야, 보혁 중 어느 한쪽만 향할 수 없는 성질을 지닌다. 지금 정부의 잘못이 있지만 그 뿌리에는 오랜 시간을 두고 쌓인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유병언·이준석·관피아로 대변되는 반칙·무책임·부패가 궁극적인 분노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보수의 네거티브 선거전은 매를 벌었다. ‘작은 연못’ 저주를 스스로 불렀다.”

-‘작은 연못’ 저주 걸린 서울 보수(중앙일보 ‘시시각각’ㆍ이규연 논설위원) ☞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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