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시오패스다.”
도발적인 고백으로 시작하는 책 <나, 소시오패스>는 소시오패스가 직접 들려주는 소시오패스의 실체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인 M.E.토머스는 성공한 변호사이자 독실한 모르몬 교도 신자, 그리고 소시오패스다. 전세계적으로 백만 명 이상이 방문한 블로그 소시오패스월드닷컴의 주인이기도 한 그는 제 발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을 진단해달라고 요청한다.
‘나는 친구가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냉정하게 외면했다. 나는 보통 사람은 이런 식으로 관계를 단절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로는 삶을 지속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평범하지 않다면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존 에덴스 텍사스 A&M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다중 자가진단 검사를 실시한 후 토머스에게 ‘여러 측면에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다’고 결론 내린다. “반사회적이고 사이코패스적인 특징(특히 자기중심적이고 감각 추구적인 성향), 대인관계에서의 지배 욕구, 언어적 공격성, 자만심이 매우 높다. 반면 우울증 같은 부정적 감정, 타인에 대한 배려, 일상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수준은 상당히 낮았다.”
책의 제목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소시오패스인 이유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토머스가 소시오패스란 단어를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반의 인식과 달리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정식 임상용어가 아니며 두 증상이 명확히 구분되지도 않는다.
내시경 화면을 들여다보듯 자신의 내면을 생중계하는 소시오패스의 고백은 흥미진진하다. 수영장에 빠져 허우적대는 새끼 주머니쥐를 눌러 익사시키려는 저자의 행동은 일견 섬뜩하지만, 지나친 합리성과 냉정함으로 성공의 사닥다리를 재빨리 오르는 모습은 뉴스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 혹은 나 자신의 모습과 겹치기도 한다.
책의 내용보다 더 재미있는 건 문장에서 뚜렷하게 느껴지는 저자의, 그의 표현을 빌면 소시오패스적인 측면이다. 동료, 친구, 심지어 가족을 조종하고 굴복시킨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늘어 놓는 저자의 말투에서는 죄책감은 고사하고 ‘읽는 이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우려조차 없다. 소시오패스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만약 나를 만난다면 당신도 나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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