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교역 확대 등 아무리 가까워져도 한미동행 훼손되진 않아
美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中日 갈등 따른 불안정 차단하는 것
美 여전히 北과 대화 추구... 北 변화 없다면 전략적 인내 外 대안 없어
앤드루 네이선(71)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8일 “한국과 중국 관계가 긴밀해져도 그것이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앤드루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한중 관계가 반(反)일본을 추구한다면 반대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네이선 교수는 한편으로 최근 중국과 일본의 군사적 부상에 대응할 한국의 선택으로 한미동맹 강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을 ‘현대 중국의 원죄’로 지칭하는 네이선 교수그는 중국 민주화가 계속 늦춰질 경우 밑으로부터의 압력이 거세져 중국 공산당 정권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찍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견했던 그는 러시아가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전략적 이해를 같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선 교수는 동아시아를 전공한 외교정책 전문가로 특히 중국 문제를 깊이 연구했다. 33년째 컬럼비아대에 재직하며 인권학센터를 이끌고 있고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에서 일했다. 리안유라는 중국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의 새 지도자들 중국의 민주주의 등 10여권의 책을 썼다.
-중국 톈안먼 민주화 운동 25주년이다. 세계 2위 경제국가로 부상한 중국에서 갈수록 인권, 소수민족, 빈부격차 등의 문제도 커지고 있다. 내부문제로 제2의 톈안먼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나.
“현재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상황은 매우 복잡하지만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 차원이나 소규모로 개방 조치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법률체계를 개선시키는 어느 정도의 조치도 내릴 수는 있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 볼 때 중국 정부는 민주화 활동을 고무시킬 인간의 권리 문제에 대해 갈수록 더 혹독한 탄압을 하고 있다. 중국은 정치적, 사법적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어떤 활동에도 무관용으로 대처하고 있다. 가령 티베트와 신장(新疆) 지역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은 경제발전을 통해 현지인들의 충성심을 얻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정책은 중앙정부가 현지 주민들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지 않는 탓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자초한 그런 부작용에 대해서도 중국은 강력한 탄압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성장을 아시아에서 견제할 세력은 일본이 유일하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의 영유권을 둘러싼 중일 갈등도 그런 측면을 보여준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부상도 우려하지만 이에 맞서 재무장에 나선 일본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모두의 군사적 팽창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두 나라는 어찌됐든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사실이고 한국으로선 곤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은 북한문제와 함께 한국의 최대 현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기란 어렵다. 다만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의 이해에 부합한다고 본다.“
-한국은 과거 식민지 경험 때문에 일본의 재무장을 경계한다. 일본의 재무장을 허용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중일 갈등이라는 새로운 아시아의 전략적 상황에서 미국은 필수적인 균형 요소의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미국 정부가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아주 능숙하게 관리해 현재의 양국 갈등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으로 치닫지 않기를 희망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최근 미일의 안보조약 해석이나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사이버 해킹 등으로 나빠지는 듯도 한데.
“미국과 중국은 아주 다양하고 많은 사안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양대 강국이다. 동시에 미중 양국은 상충되고 경쟁적인 이해관계도 갖고 있다. 미중 관계가 불가피하게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나라가 이런 사안들을 발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폭 넓은 대화와 전략적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가능한 한 실용적이고 또 점진적인 방법으로 현안들을 풀어가야 한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핵심 전략이다. 중국은 자국 견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 정책이 필요 이상으로 중국을 자극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자국에 대한 견제이자 미국의 핵심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로 여기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목적이 중국을 약화시키거나 아니면 중국의 부강, 중국의 번영을 막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이를 지지한다. 오히려 이 정책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에 따른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이를 통해 아시아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해달라. 당신은 오바마 정부가 조지 W 부시 정부 말기 때의 대화정책을 유지할 걸로 예상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나의 예상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말하지 않겠다. 오바마 정부는 지금도 북한과 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빈껍데기 대화, 단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서 대화를 위한 진지한 신호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평양이 진실로 북한 핵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바람직한 신호들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핵 6자 회담은 5년 반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지금 같은 태도를 계속 유지할 걸로 예상하나.
“북한은 점점 더 분명하게 자신들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계속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또한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는 생산적일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는 다른 대안 전략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북한의 중대한 변화가 있기까지 계속 기다리는 것을 뜻하는 전략적 인내 외에 대안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반도 통일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한국의 통일은 조만간 다가올 임박한 목표는 아니다. 한국에게 더 급박한 사안은 북한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안보 문제이다. 이를 위해선 군사적 대응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그런 능력을 보유하는 과정에 있다. 한국은 또 미래의 다양한 사태에 대비한 유사시 계획들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 정권이 붕괴하거나 북한이 전쟁에서 패배하거나 심지어 협상과 해빙에 의해 통일이 가능할 때에 대비한 시나리오들이다.”
-한국 정부는 ‘통일 대박’을 주창하는 한편 북한 정권이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이란 견해를 종종 피력했다. 김정은 정권과 관련해 한국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북한의 김씨 정권이 이만큼 오래 버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북한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북한 정권 내부에 심각한 갈등이 일고 있다는 신호들은 있다. 비록 느리지만 점점 더 많은 외부 정보가 북한 주민들에게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군부세력에게 특권을 나눠주고, 또 북한 주민들에게 미국 심지어 중국까지 포함된 외부 세력에 대한 공포감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특이한 민족주의이거나 쇼비니즘일 것이다. 중국 역시 김정은 정권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북한이 연착륙하는데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금으로선 북한 정권이 얼마나 유지될지, 또는 언제 붕괴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러시아 문제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크라이나 등으로 필요 이상으로 확대해 러시아를 자극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아시아에서 공세적 전략을 취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바뀔까.
“아시아에서 러시아의 가장 우선적인 전략적 이해는 중국과 협력이다. 두 나라는 아주 긴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에서 전략적 이해는 겹쳐 있다. 또한 중러는 양측 모두에게 중요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는 중국보다 러시아에게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중국에 적대적일 수 있는 공격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한반도 현안에서 중국과 다른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한반도를 벗어난 문제의 경우에도 러시아는 중국과 일본의 대립 또는 중국과 베트남의 갈등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그런 나라들과 관계를 악화시키며 중국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러시아의 아시아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조만간 한국을 방문한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는 것은 처음이다. 한중 교역이 미국보다 많을 만큼 한중은 가까워졌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중 양국이 지정학적으로 가까이 위치해 있고 또 두 나라의 경제가 상호 보완적인 점에서도 그렇다. 미국이 이런 한중 관계에 놀라 경보음을 울려서는 안 될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한미의 강력한 군사동맹은 한국의 안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건강한 힘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관점에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미국이 보기에 바람직한 한중 관계는 무엇이고 한중이 친밀해질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인가.
“한미동맹이 이전보다 긴밀해진 한중 관계로 위협받는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과도하게 중국 쪽으로 경도될 것이라고 여길 이유도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남는 문제는 한국이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어느 정도 중국과 공동 보조를 취하느냐는 것이다. 한국의 일본에 대한 이런 태도는 (일제강점기를 경험한)한국의 역사를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동시에 시진핑 주석이 한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까닭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북한 정권에 중국의 불만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섞여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로서는 동북아시아에서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우호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 정부는 반일본을 지향하는 한중 관계의 특별한 측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잦은 재난 안전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이 그 동안 압축성장을 한 탓에 사회 많은 분야가 아직 선진화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에 동의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정부 내 규제ㆍ감독기관의 독립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 정해진 안전기준을 실행해야 하는 기관들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기관들은 특히 자신들이 규제를 해야 하는 업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 결과 안전 기준은 있어도 그것이 엄격하게 실행되지 못하는 것이다.”
뉴욕=글ㆍ사진 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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