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리페어 키트 등 대체
자동차 트렁크 바닥에 숨어있던 비상용타이어(스페어타이어)가 사라지고 있다. 무게를 줄여 연비를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운전자들 역시 비상용타이어가 없어도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말 부산모터쇼에서 외관을 공개한 세단 AG(프로젝트명)에 스페어타이어 대신 템포러리타이어 또는 리페어키트를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페어타이어는 일반 주행 때 장착해 쓸 수 있는 풀사이즈 바퀴이고, 템포러리타이어는 폭이 좁아 고속으로 달릴 수 없는 임시바퀴다. 리페어키트는 액체봉합제와 컴프레셔로 구성돼 운전자가 직접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상자다.
지난 3월 말 출시된 신형 쏘나타에는 스페어타이어 무게(약 20㎏)의 절반 이하인 템포러리타이어(약 8㎏) 대신 1㎏에 불과한 리페어키트가 기본으로 포함됐다. 또 지난달 말 출시된 신형 카니발에도 리페어키트가 적용됐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현재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이하의 모든 승용차에 리페어키트가 제공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페어타이어가 장착되는 승용차는 에쿠스와 K9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도 올란도 이하 모델에 리페어키트가 들어가고 그 이상의 차종에는 템포러리타이어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대형차에만 리페어키트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SM3 SM5 QM3에, 쌍용차는 코란도 투리스모와 코란도C 일부 모델에 리페어키트를 쓴다.
완성차 업체들이 리페어키트를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이유는 촘촘한 긴급출동 서비스망 덕분. 업계 관계자는 “긴급출동 서비스가 보편화 돼 길에서 펑크 난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운전자들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자동차 구입 5년이 지나도록 뒤에 실린 타이어 한번 안 꺼내본 운전자들이 대부분”이라며 “리페어키트 적용은 연비향상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트렁크 내 불필요한 짐을 치우면 2% 가량의 연비 향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의 행보는 다소 다르다. 템포러리타이어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펑크가 나도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 자동복구기능이 있는 모빌리티타이어를 얹은 모델도 적지 않다. 리페어키트가 장착된 모델은 인피니티 Q70(디젤), 벤츠 B클래스 정도로 소수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을 정도의 오지를 다니는 운전자가 아니라며 국내서는 사실 리페어키트도 필요 없다”며 “리페어키트 장착 차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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