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4지방선거 민심이 만들어낸 구도가 절묘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 그리고 제1야당 어느 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은 채 경고와 함께 분발을 촉구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민의 빈틈없는 균형감각에 감사하고 민심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고 했고,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여야 모두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내라는 엄중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가개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한 자성과 다짐이 빈말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결과에서 또 하나의 고무적인 일은 지역주의 극복 가능성이 엿보였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고향이자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시장에 도전한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가 40.33%을 얻으며 선전한 게 대표적이다. 김 후보는 2012년 4월 총선 때는 대구 수성구에서 40.4%를 득표했다. 지역주의 벽에 좌절하지 않는 그의 잇단 도전에 대구의 시민들이 점차 마음을 열어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구 못지 않은 새누리당 아성인 부산에서는 새정치연합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새누리당 서병수 당선자를 1.31%포인트 차까지 따라 붙었다.
야당의 강고한 텃밭인 호남지역에서도 무소속 돌풍이 일어 지역주의 벽을 허무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전북의 경우 14개 시ㆍ군 가운데 절반인 7개 지역서 무소속 당선자를 냈다. 야당 공천만 받으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 된다는 속설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전남에서는 22개 시ㆍ군 가운데 8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전북지사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철곤 후보가 20.45% 얻은 것도 과거 이 지역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 땅에 망국적인 지역주의 망령이 아직 배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 벽이 무너질 날이 머지 않았음을 이번 선거의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나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등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이런 추세에 가속도가 붙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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