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상황이 생기는 병으로 대개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떠올린다. 당뇨병 환자 역시 의식을 잃고 쓰러질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변에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혈당이 급격히 낮아지거나(저혈당) 높아질(고혈당)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혈당은 피 속에 들어 있는 당으로 주로 포도당을 말한다. 생명 활동의 에너지원이 되며, 식사나 운동 등에 따라 양이 달라진다. 음식물이 혈당으로 바뀌어 각종 생리기능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의 몸에서는 인슐린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거나 있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혈당이 적당량 유지되지 못해 식습관이나 약으로 조절해줘야 한다.
혈당 변화에 가장 민감한 조직은 뇌다.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이 바로 포도당이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량이 적정 수준에 못 미치는 저혈당 상태가 되면 혈당량을 늘리기 위해 교감신경계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래서 환자가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쉽게 흥분하고 어지러움, 두통 등을 겪게 된다. 갑자기 땀을 많이 흘리거나 배가 고프다면서 자꾸 먹을 것을 찾는 것도 특징적인 증상이다. 적절한 조치 없이 이 상태로 방치되면 뇌세포가 더 이상 활동을 하지 못해 환자는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식사를 늦게 했거나 평소보다 식사량이 적었을 때, 식사 전 운동을 많이 했을 때, 약을 많이 썼을 때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환자 나이가 많으면 이런 증상을 초기에 자각하지 못해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콩팥이 안 좋은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이 되면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저혈당 증상이 확인되면 즉시 환자를 쉬게 하고 의식이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의식이 있다면 당분이 든 음식을 먹인다. 각설탕 2, 3개나 콜라 혹은 주스 반 컵 정도가 좋다. 반대로 의식이 없다면 절대 먹여선 안 된다. 자칫 음식물이 폐로 넘어가 기도를 막을 위험이 있으니 빨리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저혈당보다는 발생 빈도가 낮지만 고혈당 위험도 당뇨병 환자에게 상존한다. 인슐린이 부족해 혈당량이 크게 높아지면 몸에서 탈수가 진행된다. 당뇨병 환자가 자꾸 목마르다고 하거나 소변을 자주 보거나 입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면 고혈당을 의심해볼 수 있다. 피곤하고 졸리거나 입맛이 없고 구토,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나는 것도 고혈당 증상이다. 이 역시 심해지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엔 고혈당과 탈수 위험이 높아진다.
고혈당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땐 먼저 인슐린이나 혈당강하제 같은 당뇨병 약을 제때 썼는지 확인하고, 걸렀다면 먹을 수 있게 도와준다. 갈증이 심하면 당 성분이 없는 물을 먹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해도 나아지지 않거나 의식이 없다면 곧바로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 당뇨병 환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저혈당인지 고혈당인지 모를 때는 일단 119에 응급의료를 요청한 뒤 각설탕을 혀 밑에 넣고 다리를 높여준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도움말 : 홍은경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자료제공 : 서울아산병원, 한림대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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