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호품 가로챈 30대에 징역 1년
"피해액 산정 불가능할 만큼 전 사회에 불신 가져와"
양형기준상 특별가중인자 적용해 엄벌
자신을 세월호 실종자 가족인 것처럼 속여 구호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이번 참사와 관련한 범죄로 기소된 피고인들을 잇따라 엄벌해 처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해남지원 최영각 판사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39)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4월 22일과 25일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 앞에서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수차례 구호 물품을 배부받았다.
이씨는 실종자 가족이 아니었으나 자원봉사자들에게 "가족입니다"라고 말하는 등 신분을 속였다.
이씨가 받아 챙긴 구호품은 이불, 속옷, 양말, 세면도구, 컵라면, 의약품 등 수십 점에 달했다.
지난달 8일 기소된 이씨는 짧은 기간 반성문을 세 차례나 냈으나 속전속결로 진행된 재판에서 끝내 선처 받지 못했다.
최 판사는 이씨에게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는 내용의 양형기준상 특별가중인자를 적용, 비슷한 규모의 다른 사기 사건에 비해 엄한 형을 내렸다.
최 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실종자 가족인 것처럼 행동해 구호품을 편취한 것으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꾸짖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이 자신도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현장에 갔으나 순간적으로 욕심이 생겨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며 "사기가 단 한번에 그치지 않고 수차례 지속적으로 이뤄진 걸 보면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사 당초 자원봉사를 위해 현장에 갔더라도 결국 타인의 슬픔을 틈 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 것이어서 용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 판사는 "피고인의 편취 금액이 비록 소액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범행은 그 피해액수를 산정할 수 없을 만큼 대한민국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 것으로서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범죄에 대해 엄단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송각엽 판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 구조 상황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구속기소된 김모(30)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송 판사는 판결문에서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했고 구조 담당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질이 매우 나쁘므로 그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도 이씨처럼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선처 받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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