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세워지는 소녀상에는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의 그림자가 표현돼 있습니다. 일본의 사죄를 반세기 넘게 받지 못한 할머니들의 원망과 한이 서린 시간의 그림자입니다."
지방선거일인 4일 오후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어김없이 열렸다.
이날 열린 제1천129차 집회는 공휴일에도 시민 800여 명이 몰려 북적였다. 이들은 집회가 열리는 일본대사관 맞은 편 평화로를 넘어 인근 빌딩 앞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일본의 사죄를 촉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김동희 사무총장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피해자들에게 납득할 만한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 대부분을 차지한 청소년들은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을 손으로 가려가며 일본대사관을 향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평화의 함성'을 질렀다.
이들은 '할머니들의 꽃다운 청춘을 돌려내라', '일본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게 공식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할머니들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직접 만들어 들고 나왔다.
집회 참석자인 이진호(17)양은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나비 모양의 노란색 리본을 달고 자리에 나왔다"며 "할머니들에게 위로의 뜻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지(17)양은 "보통 수업이 있어 집회에 나오지 못했는데 오늘은 공휴일이라 학교 역사 관련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일본이 빨리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집회 현장에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8)·길원옥(86) 할머니도 나와 위안부 소녀상의 옆 자리를 지켰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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