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에버랜드가 어제 내년 1분기 상장계획을 발표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와병중인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일이다.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으로 그룹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이 회장이 3.72%, 이 부회장이 2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두 딸이 각각 8.37%씩 나눠 갖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이 부회장이 개인 최대주주(11.25%)로 있는 삼성SDS도 연내 상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의 이 같은 행보는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계열사간 합병과 지분정리 등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면서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상장이 이뤄지면 오너 일가의 지분가치는 삼성에버랜드만 따져도 2조원이 넘는다. 이들 기업 상장으로 인한 차익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계열사 지분 매입, 상속세 납부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사실 상장은 회사를 키우는데 필요한, 자연스러운 절차다. 주주 아닌,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삼성이라면 다르다. 이미 법적으로 일단락된 사안이라도 해도, 상장 차익이 막대할 경우 도덕성 논란이 재연할 소지가 없지 않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씩 48억원어치를 사들인 덕분에 내년에 상장되면 지분가치가 240배 늘어나게 된다. 1999년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당 7,150원에 매입, 15년 만에 단순 계산으로 50배 차익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경영권 승계를 포함한 지배구조 변화는 세계적 관심사이고, 그 과정 또한 투명해야 한다. 특히 승계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일 경우 법적 문제는 없더라도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다. 3세 승계를 우리 사회 전체가 흔쾌히 축하할 수 있는, 창조적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하는 과제가 삼성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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