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미사일 능력 진일보
요격 시스템 촘촘히 짜야"
1개 포대에 2조원 소요
중국과 외교 마찰도 우려
정부는 도입 않겠다지만
물밑 조율 진행 가능성도
미국이 지대공 미사일 고고도요격체계(THAAD)의 한국 배치를 추진하면서 미사일방어(MD)체제 참여 논란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미 정부는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한국의 MD 편입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비용 문제와 외교적 갈등 등 다양한 변수가 중첩돼 정부의 선택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요격은 주로 미사일이 급속히 떨어지는(종말) 단계에서 이뤄진다. 이 때 방어 고도에 따라 요격 시스템이 다른데, THAAD는 대기권까지 포함하는 40~150㎞의 상층 고도에 맞춰 설계됐으며, MD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현재 우리나라에 배치돼 있는 패트리엇(PAC-2,3) 포대는 요격 고도가 40㎞ 이하여서 전체 미사일 요격 범위를 아우르는 방어 체계를 구축하려면 THAAD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미국 측 논리다.
사실 미국의 주장이 완전히 억지는 아니다. 갈수록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이 진일보하고 있는 탓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사거리 5,5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고, 지난 3월엔 사거리를 대폭 줄인(600㎞) 노동미사일 발사에도 성공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언제든 핵무기를 실어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요격 시스템을 촘촘히 짤 필요는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THAAD가 우리의 안보 현실에서 불요불급한 무기 체계냐는 점이다. 우선 사드 1개 포대를 배치하는 데만 약 2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모든 비용을 대주면 상관없겠지만, 미 정부도 국방비를 대폭 감축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결국 한국에 구매를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더 큰 우려는 중국과의 마찰 가능성이다. 중국은 우리가 THAAD를 들여오고 사실상 미국의 MD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29일 “한국이 미국의 추가적인 MD 배치를 받아들이면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며 공개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정부는 MD와 무관한 한국형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3일 “요격고도 40㎞ 이상의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국내 개발로 획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요격 범위가 비슷한 THAAD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의 부인에도 THAAD 도입 논의는 오히려 불붙는 양상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한국이 직접 THAAD를 구입하거나 미국이 임시로 THAAD를 한국에 전개했다가 한국에 되파는 방법이 있다”며 구체적 절차까지 제시했고, 지난달 31일 한ㆍ미ㆍ일이 국방장관 회담에서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키로 한 것도 MD 참여를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도 이날 “THAAD 같은 전략 무기 배치는 한국과의 협의가 필수인데 그 대상이 국방부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미국과 THAD 도입에 대한 물밑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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