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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칼럼] 누구를 위한 선거여야 하는가?

입력
2014.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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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오늘은 6ㆍ4 지방선거의 날이다. 20년 지역정치의 한 획을 긋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짧으나마 그간의 지방선거는 한국정치의 지형발전에 적잖은 역할을 해왔다. 누구를 뽑느냐에 맞춰 무엇이 바뀌는지에 대한 학습효과도 체감해왔다. 멀고 먼 그들만의 중앙이슈가 아닌 나의 삶에 직결하는 지역현안을 다루기에 더 소중한 게 바로 지방선거다. 우리가 지방선거를 결코 폄하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아직 멀다. 선거가 갖는 온갖 유형의 저질스런 꼼수와 추태, 방관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이번은 좀 다르기를 바랐다. 워낙 큰 슬픔의 참사가 있었기에 정치권은 경쟁하듯 스스로 변화를 결의했다. 겉보다는 속을 다루며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대결을 기대한 배경이다. 그런데 달라진 건 없다. 임박할수록 천박하고 저질스런 선거악습이 되풀이됐다. 일부 사례는 흥행을 위한 막장드라마를 떠올린다. 이유가 뭣이든 상식을 초월한 이런 행태는 안타깝고 슬프고 또 역겹다. 와중에 응당 검증돼야 할 인물비교와 정책대결은 온데간데없다. 몇몇의 거물대결을 빼면 대부분의 지역무대는 철저하게 소외, 방치됐다. 지역일꾼을 뽑는데 중앙이슈만 범람하니 당연하다. 4년을 준비한 당사자는 물론 그들에게 4년을 맡길 주민에게도 예의는 아니다.

은근슬쩍 묻어갈 수는 없다. 그럴 여유도 까닭도 없다. 복지파탄 시대다. 상당수가 살아내야 할 삶 앞에 좌절하고 포기하기 일쑤다. 확대재생산의 고질적인 불행은 한국사회에 안전망이 존재하는지 의문부호를 던질 정도다. 한시라도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훗날의 대가는 상상초월이다. 요컨대 저성장, 고령화가 야기할 생활붕괴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구조적이다. 결코 만만찮은 숙제다. 상황은 최악이다. 우리에겐 주어진 시간도, 넉넉한 돈도 없다. 믿을 건 사람뿐이다. 한정된 기존자원을 재조정, 재배치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건 오로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이것이 사람의 힘이자, 정치의 맥이다. 그 첫 단추가 지역정치다.

일본도 4년마다 지방선거를 하는데, 무소속 당선 비율이 월등히 높다. 지사 등 기초단체장의 경우 약 90%가 무소속 당선자다. 특히 1990년대 이후 6번의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사 중 정당 소속은 단 한 명도 없다. 100% 무소속 지사다. 정당공천제가 있지만 이를 중앙지배에 대한 우려로 보기는 커녕 되레 독배로 여기는 시선마저 있다. 그래서 연합공천이 많다. 여당과 야당이 공동으로 후보를 공천ㆍ추천하는 식이다. 워낙 무소속이 많고 이들의 영향력과 당선파워도 높아 중앙정치가 역으로 눈치를 보는 구조다. 유권자의 선택 또한 정당보다는 인물을 중시하는 지역정치가 안착됐다. 심지어 중앙공천을 받아도 지방조직이 이를 수용하지 못해 독자후보를 내는 경우도 잦다.

그래서일까. 일본의 지역정치는 꽤 탄탄한 편이다. 중앙정치가 손가락질을 받기는 한국과 같지만 적어도 지역정치의 기반과 신뢰는 높다. 복지수급을 비롯해 지역부활 등 동네현안을 다루는데 중앙정치처럼 뜬 구름을 잡지 않는다. 나와 곁의 체감적인 생활이슈에 천착하기에 구성원의 설득과 협력, 참가도 일상적이다. 적극적 정치참여다. 이를 응원, 지지하는 게 생활밀착형 지역조직과 개별시민이다. 비영리단체(NPO) 등 제3섹터로 일컬어지는 사회적 경제영역이 그렇다. 건전하고 건강한 지역정치는 이런 공익적이며 자발적인 대안세력과 협력하면서 지역현안을 해결한다. 선거는 이들 풀뿌리의 설명력과 존재감을 확인하는 수단이다. 중앙이 아닌 지역, 정당이 아닌 인물이 승리하는 배경이다.

선거는 남의 일이 아니다. 방관자적 자포자기도 충분히 이해한다. 선택은 많은 걸 바꾼다. 작은 선택이지만 얼마든지 큰 결과가 만들어진다. 잘못 뽑은 대가는 충분히 경험했다. 주인을 배신하는 대리인은 버릴 때가 됐다. 정치는 멀지만 생활은 가깝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면 서두르기를 권한다. 선거야말로 건강하고 건전한 민의 발의의 기회다. 선거는 나를 위해, 그리고 행복을 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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