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서 7년 활약 발레리노 김현웅
'돈키호테'로 친정 무대 복귀 신고
"좋은 기량 유지하고 있을 때
국내 무용팬과 재회하고 싶었다"
“아, (김)현웅이만 있었어도…”
국립발레단 관계자들은 새 공연의 무용수를 캐스팅할 때마다 돌림노래처럼 같은 말을 되뇐다. 183㎝의 훤칠한 키에 발레리노로서 최고의 신체 비율을 지녔다는 평을 듣는 김현웅(33)씨는 2011년 국립발레단을 떠나 2012년부터 미국 워싱턴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다. 2004년 국립발레단에 입단, 7년 간 주역을 맡았던 김현웅이었기에 그의 공백에 대한 아쉬움은 공연 현장에서 수시로 터져 나왔다.
그런 그가 국립발레단 공연에 복귀한다. 객원 수석무용수 자격으로 26~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돈키호테’에 출연해 국립발레단의 이재우, 김기완과 번갈아 바질리오를 연기한다. 상대역 키테리아를 맡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호흡을 맞춘다. 연습실에서 만난 김씨는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주역으로 서는 것과 관련해 “부담보다는 행복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제가 2010년 출연한 롤랑 프티의 ‘카르멘’은 그 공연이 초연이어서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나 봐요. 그래서 그 다음 공연 때 제 이야기가 나왔다고 들었지만 다른 공연 캐스팅 때 제가 없어 아쉬웠다는 소리는 못 들어 봤어요.”(웃음)
그는 국내 무대에 다시 서는 소감을 묻자 멋쩍게 웃으며 쑥스러워했지만 사실 한국으로 돌아온 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을 때 한국 팬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워싱턴발레단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이전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주역의 기회가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지 깨달았고, 입단 초기 텃세를 부렸던 동료 단원들이 지금은 더없이 소중한 친구가 됐죠. 하지만 올해 초 문득 은퇴를 어디에서 할까, 춤을 잘 출 수 있을 때 한국 무대에 다시 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귀국을 준비했습니다.”
그는 국립발레단을 떠나 있던 지난 3년을 “때늦게 겪은 사춘기”라고 표현했다. “한국에 뼈를 묻고 싶은 사람”이었던 그는 뜻밖에 미국으로 떠났고 한 치 앞을 못 보는 게 세상사임을 알게 됐다. 그는 2011년 동료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후배 무용수를 때려 다치게 한 일로 사직서를 내고 국립발레단을 떠났다. 그는 “어려서 한 실수라고 포장하기에는 이미 서른이 넘은 나이였고, 그냥 내 잘못이었다”며 “사춘기를 아주 늦게 겪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일로 배운 게 많았어요. 모던 발레 공연이 많은 워싱턴발레단에서 춤의 다양성에 눈떴고 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기타를 익히며 다른 분야 사람들과 친분을 쌓았죠. 무엇보다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게 됐어요.”
김씨는 워싱턴발레단의 배려로 9월부터는 양국의 발레단 모두에서 객원 수석무용수로 활동한다. 그래서 그의 모습을 한국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중학교 때까지 수영 선수였다가 삼촌(뮤지컬 배우 김도형)의 권유로 고3 때 발레를 시작한 김씨는 “어려서는 타고난 신체 조건이 좋다는 이유로 내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최고나 정상이 무엇인지 모른 채 주어진 역할을 완수하는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국 팬에게 고난도의 춤을 선사하겠다고 큰소리칠 수는 없어도 과거보다 여유를 찾은 연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할 수는 있어요. 내 춤이 때로 흡족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다음 공연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것,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 내 모습의 일부라는 것을 지금은 아니까요.”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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