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월드컵 때 처음 도입
1회 대회선 전·후반 다른 공
사용하는 가죽 수 점점 줄어
브라주카는 역대 최소 6개
월드컵은 공인구와 역사를 함께 했다. 최신 기술을 총 동원하고, 개최국 문화를 반영한 공인구는 대회마다 진화를 거듭했다.
처음부터 공인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 당시 공인구라는 개념이 없어 결승에서 만난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자국의 공을 사용하겠다며 맞섰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는 전ㆍ후반 각각 다른 공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아르헨티나의 공을 사용한 전반까지 아르헨티나가 2-1로 앞섰지만 우루과이의 공을 찬 후반에는 우루과이가 3골을 쏟아 부어 4-2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FIFA는 공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일자 1970년 멕시코 대회부터 공인구를 도입했다. FIFA 후원 업체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공인구 ‘텔스타’를 제작했다. 월드컵 최초의 TV 생중계를 기념하기 위해 ‘텔레비전 속의 별’이라는 뜻을 담았다. 또 TV 화면에 더 잘 나오도록 검은색과 흰색을 섞어 디자인했다.
1974년 독일 월드컵대회는 ‘텔스타’와 ‘칠레’를 동시에 사용했다. 공인구를 2개 사용한 유일한 대회다.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 등장한 ‘탱고’는 방수 기능을 높였을 뿐 아니라 공의 탄력과 회전력도 크게 좋아졌다.
이어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는 가죽과 폴리우레탄을 결합한 ‘탱고 에스파냐’,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아즈테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에투르스코 유니코’, 1994년 미국 월드컵 ‘퀘스트라’가 각각 화제를 모았다. 특히 퀘스트라는 강한 반발력과 회전력이 보강되면서 앞선 대회보다 평균 0.5골 많은 경기당 2.71골이 터지는 골 잔치가 벌어졌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트리콜로’는 최초로 여러 색상을 가미한 컬러 공인구다. 프랑스 국기의 3색(적ㆍ청ㆍ백)이 들어갔고 기포 강화 플라스틱이라는 첨단 소재를 사용, 볼 스피드를 극대화하는 바람에 ‘골키퍼 수난시대’를 불러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축구공의 전통적인 벌집형 디자인에서 벗어난 ‘피버노바’를 선보였다. 흰색 바탕에 터빈 엔진을 모방한 황금색 삼각형 바람개비와 붉은색 불꽃 문양을 새긴 게 특징이다. 반발력과 회전력을 높이는 대신 정확성을 가미해 골키퍼가 공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2006년 독일 대회 공인구는 슈팅의 정확도와 컨트롤에 중점을 둔 ‘팀가이스트’를 썼다. 이 공은 가죽 조각의 수를 종전 32개에서 14개로 줄임으로써 완벽한 원형에 가까운 모양을 만들어냈다. 또 독일의 전통적인 색상인 흰색과 검정색을 기본으로 하면서 둥근 프로펠러 모양을 따라 황금색을 가미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자블라니’는 14개의 조각이 8개로 줄어들었다. 축구공 표면에 미세 특수 돌기를 부착해, 킥과 드리블을 수월하게 해주고 골키퍼가 공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브라주카’를 사용한다. 브라주카는 포르투갈어로 ‘브라질 사람’을 뜻하며 브라질 특유의 열정적인 삶을 표현하기도 한다. 역대 가장 적은 6개의 조각으로 볼 터치감 및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또 공을 목표 지점으로 정확히 보낼 수 있도록 공기역학방식을 적용했다. 테두리를 따라 오렌지, 초록, 파랑 등의 색상이 배치돼 색채감도 풍부하다. 구불구불한 테두리 사이에는 감색 바탕에 별 모양이 박혔다. 이는 브라질 국기 속의 별과 월드컵 최다 우승팀(5회)인 브라질의 위상을 나타낸다.
한편 FIFA는 지난해 아디다스와 공인구 계약을 2030년까지 연장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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