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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검은돈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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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검은돈 스캔들'

입력
2014.06.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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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부회장 "사실로 확인되면 재투표 지지"

초유의 개최지 교체 가능성... 2018 러 선정도 불똥

카타르 도하의 알 와크라 스타디움 조감도. 동대문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작품이다. FIFA 제공
카타르 도하의 알 와크라 스타디움 조감도. 동대문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작품이다. FIFA 제공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FIFA 부회장이 1일 사실이면 재투표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진상 규명에 착수한 FIFA의 조사 결과에 달리긴 했지만 사상 초유의 월드컵 개최국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FIFA는 2022년과 동시에 진행된 2018년 월드컵 개최국(러시아) 선정 과정도 재조사한다는 방침이어서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14면

수뢰 의혹은 1일 영국 주간 선데이타임스의 보도로 불거졌다. 카타르 건설업계 부호 무함마드 빈 함맘 전 FIFA 부회장이 2010년 말 월드컵 개최국 선정 투표에서 카타르 지지표를 확보하려고 FIFA 관계자들에게 최소 500만달러(51억원)를 제공했으며 이를 뒷받침할 이메일, 편지, 송금기록 등 증거자료들을 FIFA 고위 인사에게서 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이 신문은 빈 함맘이 아프리카계 FIFA 집행위원들을 주요 로비대상으로 삼고 아프리카 지역 축구협회 30곳에 최대 3억여원의 금품을 뿌렸으며 중남미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인 잭 워너 당시 FIFA 부회장 또한 160만달러(16억4,000만원)를 받고 매표 작업을 도왔다고 전했다. FIFA 집행위원회는 월드컵 개최국 투표권을 가진 기구로 당시 위원 24명 중 4명이 아프리카 출신이었다.

FIFA는 미국 출신 변호사 마이클 가르시아 수석조사관을 투입해 의혹 규명에 나섰다. 조사팀은 카타르 월드컵유치위 소속 인사들을 2일 오만에서 면담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 2022년 월드컵 유치 경쟁에 참가했던 모든 국가 관계자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2018년 월드컵 유치 경쟁국도 조사 대상이다. 선데이타임스는 “조사팀이 새로운 증거를 제보 받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은 대륙별 순환 개최 원칙이 폐지된 데다 개최국 선정 투표가 한날 치러져 어느 때보다 많은 경쟁국이 참여했고 선정 과정을 둘러싼 잡음도 많았다. 카타르 표 매수설은 일찌감치 불거져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2011년에 이미 재투표 가능성을 언급했다.

카타르 월드컵조직위는 “빈 함맘은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공식ㆍ비공식을 막론하고 아무런 역할을 맡지 않았다”며 “FIFA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FIFA도 카타르의 주장을 받아들여 2일 조사 대상에서 빈 함맘을 제외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짐 보이스 FIFA 부회장은 그러나 BBC와 인터뷰에서 “가르시아가 이끄는 조사팀을 100% 신뢰하며 비리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가 나온다면 집행위원으로서 재투표를 지지할 것”이라며 강공을 폈다. 그렉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장도 “개최국 선정 과정에 부패가 있었다면 다시 살펴봐야 한다”거 거들었다. 카타르와 월드컵 유치 경쟁을 치렀던 호주와 일본은 FIFA에 선정 절차를 다시 밟을 것을 요구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보이스 부회장의 발언은 FIFA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다.

이번 의혹이 불거진 배경에는 FIFA 내부의 암투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빈 함맘과 블래터는 2011년 FIFA 회장 선거에서 맞붙었던 정적이다. 빈 함맘은 선거 과정에서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지원하는 대가로 정몽준 당시 FIFA 부회장의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수뢰 혐의를 받는 워너 역시 대표적 반(反)블래터 인사로 2011년 빈 함맘과 함께 비리 혐의로 FIFA에서 제명됐다. 선데이타임스에 엄청난 양의 자료를 제공한 사람이 FIFA 내부자라는 점, 재조사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보이스가 워너 후임으로 기용된 친 블래터 인사라는 점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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