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더힐 ‘고무줄 감정’ 감정평가법인 중징계 불가피
국토부 “세입자 측과 시행사 측 감정평가 모두 부적정”, 감정평가법인 업무정지, 감정평가사 자격취소 불가피 예상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아파트의 분양가를 ‘고무줄 감정평가’한 감정평가법인에 업무정지 등 중징계가 내려질 전망이다. 332㎡ 아파트 가격 차가 51억원에 달하는 등 비정상적인 감정평가가 철퇴를 맞게 돼 감정평가업계의 자의적 감정평가가 줄어드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한남더힐 분양가 감정평가에 참여한 4개 법인에 대한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 결과 4곳 모두 ‘부적정’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감정원 관계자는 “거래사례 비교방식 외 다른 평가방법을 사용해 산출한 감정평가액과의 합리성을 비교 검토하지 않았고 시점 수정(사례로 택한 부동산의 거래 당시 가격을 현 시점의 가격으로 환산하는 일)과 품등 비교(조망ㆍ위치 등 아파트의 품질을 결정하는 조건들을 비교하는 일) 등에서 대부분 미흡해 부적정 판정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입주민 측과 시행사 측으로 참여한 감정평가 법인 4곳과 감정평가사 4명 대해 이달 중으로 감정평가징계위원회를 열고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감정평가법인은 업무정지(최대 2년)나, 과징금(최대 5억원)이 부과되고, 감정평가사는 자격취소에서 최대 2년의 업무정지, 견책까지 징계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토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안 하겠다”는 기조여서 감정평가법인은 업무정지와 과징금 부과, 감정평가사는 자격취소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11만1,511㎡)에 지하2층, 지상2층~12층 600세대가 지어진 한남더힐은 지난해 7월 의무 임대기간(5년)의 절반이 지나 분양전환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시행사가 의뢰한 감정평가법인과 입주민들이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의 분양가 차가 최소 1.5배에서 2.7배(332㎡의 경우 3.3㎡당 세입자 측 2,904만원, 시행사 측 7,944만원)까지 차이가 나면서 감정평가의 적정성을 놓고 논란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600세대 총 감정평가액도 세입자 측은 1조1,699억원, 시행사 측은 2조5,512억원으로 1조원 이상 차이가 났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시행사 측의 감정평가가 터무니 없이 비싸다”며 국토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국토부 의뢰를 받은 감정원은 6월 초까지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감정원이 제시한 600세대의 적정 감정평가액은 1조6,800억~1조9,800억원. 세입자 측 평가법인은 너무 싸게, 시행사 측 평가법인은 너무 비싸게 평가액을 산정한 게 드러난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중징계 방침을 통해 감정평가가 민간의 자율 영역이라 하더라도 재량권 남용이 심각하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정평가가 감정평가사의 양심과 전문성보다는 의뢰인의 요구에 치우쳐 이뤄지면서 ‘고무줄 감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며 “감정평가가 사회적 논란을 촉발시켰다는 사실 자체가 감정평가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한남더힐 분양가 논란이 완전 해소된 건 아니다. 국토부가 감정평가법인에 중징계를 내려도 분양가 산정을 위해서는 입주자 측과 시행사 측을 대변하는 민간 감정평가법인이 다시 감정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양측 간 감정평가 가격 차가 수용하기 힘든 수준이면 똑같은 논란이 재연될 수 밖에 없다.
한편 중징계가 불가피한 감정평가법인들은 업무정지 처벌이 너무 무겁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해당 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영업정지 처벌이 내려지면 회사 공신력이 심하게 훼손돼 회사가 망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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