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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경희대학교 수시 2차 사회계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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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 경희대학교 수시 2차 사회계열<상>

입력
2014.06.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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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제시문 (가)~(마)를 비슷한 주장을 담은 내용끼리 분류하고, 각 제시문을 요약하시오. (401자 이상 ~ 500자 이하ㆍ30점)

[제시문 가]

A사는 디지털 가전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인데, 기존에 이 회사에서 생산되던 LCD TV를 디자인만 바꿔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매출을 올렸다. 기술 사양이나 제품의 품질 등 다른 조건은 동일했지만, 경쟁 제품들과 차별화된 디자인과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해서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OO전자와 AA전자라는 강력한 대기업이 버티고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A사처럼 중소기업 제품이 차별성을 가지려면 기술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디자인이 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동물과 다르게 끊임없이 발전을 가속화하고 문화 혁명을 이뤄낸 바탕에는 ‘글’이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경제성장과 발전 속도, 국민들의 삶의 질’ 등을 그 나라의 문맹률로 설명했다. 즉 선진국에 비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속도가 느리고 삶의 질이 낮은 이유는 글을 읽을 수 없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보다 이미지를 읽지 못하는 ‘이미지맹’이 더 치명적이다. 이미지는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다른 가치를 담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개인의 삶이나 비즈니스에서 많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제시문 나]

우리에게 의자는 그리 익숙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의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어떤 것이 되었다. 바닥에 앉아 낮은 책상 앞에서 공부하던 기억은 그 책상과 더불어 망각의 창고로 이동했고, 그 공간에는 보다 높고 넓은 책상이 의자와 더불어 등장했다. 화장대 앞에도, 침대 옆에도, 거실에도 의자가 있다.

의자는 어떻게 우리 삶의 공간을 그렇게 빨리 에워싸게 되었을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바닥에 앉는 우리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검증되지 않은 상식을 답으로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답만으로 우리의 의문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이 답은 우선 ‘바닥에 앉는 것은 불편하다’라는 인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바닥에 앉는 것을 편안하게 느껴 왔다. 불편했다면 그렇게 오랜 세월을 바닥에 앉아서 생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것은 불편한 것이 되었다. 언제부터 그러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으며, 어떤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우리가 의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시기는 ‘근대성(modernity)’이라는 것이 우리 삶의 공간에 스며들어와 전통적인 것과 만나며 화학반응을 일으키던 시기와 일치한다. 근대성은 과거와의 단절을 외친다. 단절은 과거의 것을 부정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그것은 과거의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과거 삶의 환경을 구성하던 인공물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곳에서 이루어졌다. 그것은 이전의 것들에 부정적인 의미의 세례를 베풂과 동시에 새로운 것의 기표에 긍정적인 기의를 채워 넣음으로써 가능했다. 모든 것은 근대성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는 기호의 영역과 그것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나뉘었다. 여기에 ‘바닥에 앉는다’라는 전통적인 생활방식은 점차 ‘불편함’, ‘근대적이지 못함’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획득했고, 그 자리를 ‘편리함’, ‘근대적임’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의자에 앉는다’라는 생활방식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근대성이 스며드는 공간에서 의자는 근대성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담은 하나의 기호로 소비되었던 것이다. 우리의 삶의 공간에 의자가 성공적으로 입성한 것은 의자의 기호적 성격과 관계가 있다.

[제시문 다]

Have you ever been inside a Hall of Mirrors at an amusement park? Have you ever seen your reflection in one of the mirrors there? They’re funny and quite different from the reflection you see in your bathroom mirror. Now think about yourself as a person. When you do this, it's like looking in a mirror. Actually, you can imagine yourself in two kinds of mirrors. We will call them “the social mirror” and “the true mirror.”

In the social mirror, you see yourself according to others' opinions. It can lead you to compare yourself with others. Looking in the social mirror, you may think that rich people are happier than you. You may also think that celebrities are more attractive than you. On the other hand, looking in the true mirror, you can focus on yourself. It shows your own beauty and potential. If you look into the true mirror, you can see yourself more positively. Many teens pay too much attention to what other people and the media say. This can lead to unhappiness for two reasons. First, other people's opinions can change easily according to the situation. These opinions do not usually come from deep thought. Second, what you see in the media is often not true.

(해석)

당신은 놀이공원에서 거울나라를 가본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거기에서 거울에 비친 당신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까? 그 모습들은 재미있으며 당신 침실에 있는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과는 꽤나 다르게 보입니다. 이제 당신 자신을 (거울에 비친 모습이 아닌) 현실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 봅시다. 당신이 자신을 한 사람으로서 고민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거울 속에 비춰 보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상 당신은 두 종류의 거울에 비친 당신 자신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거울들을 “사회적 거울”과 “진실의 거울”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사회의 거울에서 당신은 다른 사람의 견해에 따르는 당신 자신을 볼 수 있습니다. 사회의 거울에서 당신을 비춰 보는 것은 당신을 당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비교하게 만듭니다. 사회의 거울에 당신을 비춰 보면 당신은 부유한 사람들이 당신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유명인사들이 당신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진실의 거울에 비춰 보면 당신은 당신 자신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진실한 거울은 당신에게 당신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잠재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진실한 거울을 들여다 본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십대들이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미디어가 말하는 것에 너무 많은 신경 쓰고 있습니다. 첫째, (당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견해들은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들은 대개 깊은 사고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둘째, 미디어에서 당신이 본 것은 때로 진실한 것이 아닙니다.

[제시문 라]

누구나 육체적인 아름다움은 인간의 장점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것은 교육 덕택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 세상이 선의로 가득 차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외모 지상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공평하게 사람을 판단하고, 상대방의 외모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자동적인 반응만은 억제할 수 없습니다. 자신은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소망 충족적인 사고에 빠져 있는 겁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십시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와, 매력적이지 못한 사람을 만났을 때 당신이 보이는 반응에는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희들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펨블턴 대학의 학칙에는 윤리 행동 규정이 있습니다. 저희가 추진 중인 학칙 개정안의 골자는, 모든 재학생이 의무적으로 칼리아그노시아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개정안의 제출을 촉발한 것은 ‘비지주 Visage’안경의 발매입니다. 이 안경을 쓰고 사람들을 보면, 아예 상대방에 대한 미추를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제시문 마]

언제부터인가 와인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소주, 맥주, 양주만이 술의 전부라고 알고 있던 우리에게 어느 날 소개된 와인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친숙한’ 술이 되었다. 처음에는 대기업 CEO, 외국유학파 인텔리 계층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와인 문화가 어느새 남녀노소가 즐기는 대중문화가 되었다. 와인 열풍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사람이 다들 마시고 있는데 나만 마시지 않으면 트렌드에 뒤떨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타인의 시선’이 갖는 힘, 즉 이웃이 하면 나도 하고 싶다는 관념이 개입되어 있다. ‘타인의 시선’이 개인의 기호를 바꿔놓은 것이다. 타인과의 일치감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을 통해 충족된 일치의 욕구는 원활한 사교 생활의 촉매제가 된다.

[예시답안]

제시문들은 ‘형식’과 ‘내용’중에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는가를 기준으로 나뉜다. (가), (나), (마)는 형식에 중점을 두고, 남은 (다), (라)는 내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가)는 가전제품의 디자인이 그 제품의 품질을 결정했다고 서술한다. 이는 곧, 디자인이라는 형식이 품질이라는 내용을 결정했다라는 말이다. 이어, (나)는 ‘의자’라고 하는 형식이 근대적 생활방식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결과적으로 기존의 전통적 생활방식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는 인식의 전환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또한, (마)는 와인에 대한 소비의 형식을 갖춤으로써, 타인과의 일치감을 얻고, 궁극적으로는 그로 인한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에, (다)는 타인의 시선에 비치는 형식적인 외면의 모습에 얽매이는 것보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진실된 모습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라)는 육체적 미, 외모로 인간을 판단하는 것을 비판하며, 그보다는 그 내부에 있는 그 인간의 본질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라)는 외모로 판단하는 행위 자체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권준오ㆍ서울 선덕고 3학년

[문제분석과 답안 총평]

2014학년도 경희대 사회계열 논술고사는 지난해과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2014학년도 경희대 사회계열 논술고사는 오전, 오후로 나누어 치러졌다. 문항은 오전, 오후 상관없이 총 3문항이 출제됐다. 인문문항 2문항과 더불어 수리논술 1문항이 출제됐다. 다만, 수리논술 문제가 나오는 점 이외에도 제시문 중에 영문이 출제된다는 점이 여타의 대학과 두드러진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영문 제시문 독해와 수리 논술 문제 풀이로 인해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는 다른 대학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영어 제시문은 학생들의 부담을 감안하여 매년 쉬워지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 주제는 ‘형식과 내용’이다. 모든 현상은 ‘형식과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제시문은 ‘형식’과 ‘내용’ 중 어느 것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다른 인식이 생긴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일단 이 주제를 기준으로 제시문들을 두 가지 내용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형식’이 중요하다는 입장에는 제시문 (가), (나), (마)가 해당된다. 제시문 (가)에서는 디자인이라는 형식의 변화가 상품 매출을 두 배 이상 높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자인이라는 ‘형식’이 TV 제품의 품질이라는 ‘내용’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제시문 (나)는 근대성을 상징하는 의자라는 ‘형식’의 도입이 근대생활이라는 ‘내용’을 규정하며 이같은 ‘의자’라는 형식이 의자를 사용하지 않는 전통적 생활방식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면을 보여준다. 제시문 (마)가 조금은 난해하다. (마)는 다른 사람들이 즐기는 와인 소비의 형식을 공유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과 자신감이라는 ‘내용’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음은 ‘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시문 (다)와 (라)가 여기에 해당한다. 제시문 (다)는 social mirrors인 외부적 시선에 비치는 나보다는 true mirrors인 실재의 나에 집중할 때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부의 시선에 비치는 내가 ‘형식’에 해당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실재적인 내가 ‘내용’에 해당한다. 제시문 (라)는 미추(美醜)를 판단할 수 없는 장치인 칼리아그노시아를 도입해 인간의 본질과 상관없는 외모 지상주의를 극복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형식’인 외모보다 ‘내용’인 사람의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수험생의 답안을 살펴 보자. 무난하게 잘 작성한 답안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면이 있다. (가)를 작성한 내용을 보자. (가)를 작성한 부분에서 가전제품의 디자인이 그 제품의 품질을 결정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정확한 내용 서술이 아니다. 제시문에서 찾아야 하는 면은 ‘형식’인 디자인을 수정했더니 매출이 상승했다는 점을 통해 ‘내용’인 품질 개선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다음에 이어 나온 디자인이라는 형식이 품질이라는 내용을 결정했다는 표현도 여기에서는 적절하지가 않다. 이것을 ‘디자인이라는 형식이 품질이라는 내용보다 중요시된다’는 주장으로 고쳐 볼 수가 있다.

이번 문제에서는 제시문을 4개 이상 비교하는 다자간 비교하기가 나왔다. 다자간 비교하기는 비교 기준을 1개만 찾아서 그 비교기준에 해당하는 제시문들만을 선별해 분류하면 된다. 그런데 이 비교기준을 찾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그러므로 비교기준을 찾는 것이 이 1번 문항을 잘 쓸 수 있는 비결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비교하기 문제를 많이 살펴봤지만 ‘내용’과 ‘형식’이라는 비교기준은 본 기억이 없다. 찾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다자간 비교하기의 대비책을 언급한다면 그동안 대학교의 기출문제 중 비교하기 문제를 살펴 보며 비교 기준이 무엇이 되는가를 꼼꼼히 살펴 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김경석ㆍ종로학원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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