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43만건 분석·오프라인과 반대 결과…"불만을 타인에게 풀어"
자신의 외모에 불만이나 콤플렉스를 느끼는 누리꾼이 사이버상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송태민 연구위원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송주영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제7차 아동복지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학교폭력의 실태 - 소셜 빅데이터를 이용한 사이버따돌림 유형별 예측 모형'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1년 1월부터 작년 3월까지 온라인 뉴스 사이트와 블로그, SNS, 게시판 등에 올라온 '집단 따돌림'과 관련한 글 43만5천여건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글에 드러난 표현뿐만 아니라 내재한 심리를 해석하고 분류하는 '감성분석'(Opinion Mining)을 통해 누리꾼의 성향을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가해·피해자 글에 감상평을 쓰면서도 직접 개입하지는 않는 유형) 등 3가지로 나눴다.
이 결과 인터넷 공간에서 집단 따돌림 가해자가 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자기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자는 대인 기피 성향이 있고 사회성이 부족한 경향이 있으며, 방관자는 인내심이 부족하고 충동적인 성향이 강한 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보이는 '전통적 따돌림'과 다른 결과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는 외모에 우월감을 느끼고 지배욕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신상과 외모가 드러나지 않는 익명성 때문에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해석이다.
송태민 연구위원은 "평소 자기 자신에 대한 콤플렉스를 풀지 못하다가 상대가 보이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 남을 공격하는 것으로 분출하고,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점차 쾌감을 느끼면서 공격 성향이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동적 성향은 피해자와 방관자 유형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가해자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집단 따돌림 가해자는 충동적이라는 기존 연구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사이버폭력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때는 오후 10시에서 12시였고, 특히 집단 따돌림 관련 글은 트위터에서는 리트윗(RT)의 형태로 많이 퍼졌다.
또 2011년 '대구중학생 왕따 자살사건', 2012년 '걸그룹 티아라 왕따설' 등 따돌림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 사이버상에서도 따돌림에 관한 글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프라인의 집단폭력 성향에 관한 연구는 많았지만, 실제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언어폭력 행위를 실증적으로 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사이버폭력은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은밀하게 공격하는 특성이 있다"며 "그 특성에 맞춘 심층 연구와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