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요양병원 화재 “환자 얼마나 나올지 몰라”
1시간에 14번 순차적 요청 병원 이송에 2시간 걸려
불난 3층에 소화기 11개 8개는 캐비닛 보관 드러나
지난달 발생한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 당시 소방당국의 어리숙한 대응으로 환자 이송에 2시간이나 걸린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인명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데도 소방서의 구급차 출동 요청이 1시간 동안 14차례에 걸쳐 이어지느라 구급차 출동이 늦어진 것이다.
화재로 당시 의식을 잃은 김상원(73)씨를 이송하기 위한 전남 영광 홍농119안전센터 소속 구급차는 지난달 28일 오전 1시 45분에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최초 화재 신고 시간인 오전 0시 27분으로부터 1시간 18분이 흐른 후다. 김씨의 아들 정훈씨는 “구급차 출동이 늦어 병원까지 가는데 2시간이 걸렸다”며 “늦은 이송으로 아버지의 상태가 자가호흡이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구급차 출동이 지연된 건 소방서의 출동 요청이 늦었기 때문이다. 1일 전남 소방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화재 당일 구급차 출동 요청은 오전 0시 27분부터 1시 31분까지 약 한 시간 동안 14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유가족들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 수백 명이 입원해 있는 것을 뻔히 보고서도 구급차를 순차적으로 부른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남 소방본부 관계자는 “하루 신고가 300건 정도 들어오기 때문에 상황 파악이 쉽지 않다”며 “환자가 몇 명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각 안전센터마다 구급차가 1대밖에 없어 한꺼번에 부르면 다른 구조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장성 홍길동체육관의 합동분향소에서 유족들을 만난 강영구 전남도 보건한방과장은 문제를 일으킨 요양병원은 병원 폐쇄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법상 화재와 관련해 병원을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은 없지만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거나 관련해 의료비를 청구할 경우 병원의 허가 취소가 가능하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이런 부분이 있으면 검토 후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남경찰청 수사본부는 화재 당시 소화기가 캐비닛에 들어있었던 사실도 31일 밝혔다.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법에 따라 화재가 발생한 별관 3층에 소화기가 11개 비치돼야 하지만 3개만 간호사실 앞 복도에 있었고 나머지는 캐비닛에 보관돼 있었다. 병원 측은 “환자들이 흉기로 사용할 우려가 있어 캐비닛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또 유가족이 제기하는 환자 결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구조에 나선 소방대원, 경찰관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장성=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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