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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어디 가고 신발만…” 유류품 손에 든 엄마 또 한번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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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은 어디 가고 신발만…” 유류품 손에 든 엄마 또 한번 통곡

입력
2014.06.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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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손가방 등 수백점 팽목항 컨테이너에 보관

소유주 확인 어려워 찾아간 건 다섯 가족 뿐

1일 전남 진도 팽목항의 유류품 보관소 관리자 기창우씨가 비닐에 싸인 운동화 점퍼 등 세우러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의 물건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1일 전남 진도 팽목항의 유류품 보관소 관리자 기창우씨가 비닐에 싸인 운동화 점퍼 등 세우러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의 물건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OO아. 아이고 내 딸아….” 어머니는 고 최모(17)양의 호피무늬 바지를 붙잡고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어머니 뒤로 멀찌감치 선 아버지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지난달 27일 아이의 물건을 찾으러 안산에서 전남 진도 팽목항에 온 부모는 바지를 마치 아이인 양 꼭 끌어안고 돌아갔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팽목항 초입 가장 앞쪽의 회색 컨테이너. 문 앞에는 흰 종이에 검은 글씨로 ‘유류품 보관소’라고 적혀 있다. 세월호 침몰 해역 수색작업 중 발견한 물건 중 아직까지 가족을 찾지 못한 물건들이 모두 여기 보관된다. 바닷물에 흠뻑 젖은 유류품은 보관소 뒤 간이 세탁장에서 깨끗이 빨아 건조한 뒤 비닐봉지에 담겨 번호표를 달고 가족을 기다린다.

1일까지 50여명의 가족이 방문했지만 의류의 상표와 치수만 갖고는 확신할 수 없어 대부분 발길을 돌렸다. 유류품을 찾아 돌아간 건 다섯 가족. 지난달 24일 세 가족이 짝을 잃은 흰 운동화, 카메라 가방, 아이의 소지품이 가득 들어있던 여행가방을 각각 찾아갔고, 27일에는 최양 부모가 바지를, 1일에는 다른 가족이 휴대폰 케이스를 찾아갔다.

세상을 떠난 주인 대신 손때 묻은 물건이 가족을 만날 때마다 팽목항은 울음바다가 됐다. “제주도 간다고 딸내미 사준 물건이 이렇게 돌아오냐” “넌 어디 가고 신발만 돌아왔니” 등 통곡소리에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기창우 유류품 보관소장은 “어머니들 우는데 옆에 서 있기도 미안하다.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은데 뭐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 이곳에 보관 중인 유류품은 810여점. 세월호 승객의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은 100여점이다. 슬리퍼, 운동화, 점퍼 등 의류가 대부분이고 여학생이 사용했을 앙증맞은 화장품 손가방도 눈에 띄었다. 유류품을 찍은 사진은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입구, 진도 실내체육관, 팽목항의 안산시 지원본부 천막 등에 게시된다.

유류품은 수난구호법에 따라 6개월간 공고 후 3개월을 기다려도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에 귀속되거나 폐기된다. 기창우 유류품 보관소장은 “아직 실종자 수색이 끝나지 않아 정식 공고를 하지 않았다. 수색이 종료되면 정식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도=글?사진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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