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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파, 군사작전 펴듯 유병언 빼돌리기 검찰은 뒷북 추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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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파, 군사작전 펴듯 유병언 빼돌리기 검찰은 뒷북 추적만

입력
2014.06.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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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신처 중 하나로 추정되는 전남 순천시 서면의 2층짜리 주택에 내외부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여 있다. 지난달 31일 경찰은 유씨가 숨었던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에서 4~5km 떨어져 있는 이 주택을 강제 수색했다. 순천=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신처 중 하나로 추정되는 전남 순천시 서면의 2층짜리 주택에 내외부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여 있다. 지난달 31일 경찰은 유씨가 숨었던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에서 4~5km 떨어져 있는 이 주택을 강제 수색했다. 순천=연합뉴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이 군사작전 같은 비호로 유씨를 빼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25일 전남 순천에서 검ㆍ경이 섣불리 도피 조력자들을 체포해, 눈앞에 있던 유씨가 눈치채고 도주하는 등 검찰의 검거작전은 신도들의 조직력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1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지난달 24, 25일 순천에서의 유씨 검거 작전을 자세히 공개했다. 검찰이 25일“유씨가 며칠 전까지 순천에 있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유씨는 당일 새벽까지 검찰이 포위망을 좁힌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코 앞에서 유씨를 놓치고도 놓쳤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유씨에게 생수와 과일 등을 전달한 추모(60·구속)씨를 순천 자택에서 체포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추씨가 사용하던 차명 휴대전화를 발견, 이를 만들어준 변모(61·구속)씨 부부를 추가로 체포했다. 검찰은 25일 새벽 변씨 부부가 운영하던 순천 별장 인근 송치재휴게소를 압수수색했다. 또 25일 오전 1시쯤 경기 안성 금수원 인근 단독주택에서 추씨에게 생수와 과일 등을 전달한 한모(49·구속)씨를 체포했다.

그때 유씨는 송치재휴게소에서 500m 떨어진 ‘숲속의 별장’에 있었다. 유씨가 순천 별장에, 유씨 운전기사 역할을 해 온 측근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양회정(55)씨가 별장 근처 연수원에 머무르는 사이 검찰은 코 앞에서 도피행각을 도운 신도들만 뒤쫓고 있던 셈이다. 검찰은 뒤늦게 25일 오후 별장을 덮쳤으나 유씨는 이미 달아난 뒤였다. 검찰은 별장에서 혼자 있던 여성 신도 신모씨만 체포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원파 신도들이 25일 새벽 2시쯤 인천지검에 몰려와 한씨의 호송 차량 진입을 방해했는데 그 무렵 금수원에서 순천 별장에 숨어있던 유병언과 근처 연수원에 머물고 있던 양씨에게 공범들의 체포 사실을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씨는 지난달 25일 유씨와 헤어져 혼자 쏘나타 차량을 운전, 전북 전주로 도피했다. 양씨는 전주에서 공중전화를 이용, 금수원에서 유씨의 도피작전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엄마’에게 상황을 알렸다. ‘엄마’는 구원파 내에서 여신도를 부르는 호칭이다. 양씨는 이후 쏘나타 차량을 근처 장례식장에 버려둔 채 지인의 SM5 차량을 타고 금수원 인근으로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각계에 뿌리 내리고 있는 유병언 비호세력이 금수원을 내부 조정하거나 조언하는 식으로 검ㆍ경의 검거를 방해하거나 도피를 도와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 각계 비호세력의 정체를 묻는 질문에는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구원파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유병언의 도피를 지원하고 있고 검거되면 격렬하게 저항해 수사팀의 발을 묶은 뒤 유병언을 빼돌리는 등 실로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라며 “전쟁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도들이 검거 시 물리적으로 방해하거나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유씨의 탈출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양씨와 함께 유씨의 도피를 도운 구원파 신도 3명을 전주에서 추가로 체포했다. 이중에는 도주에 쓰인 SM5 차주이자 양씨와 함께 장례식장 폐쇄(CC)TV에 포착된 여성 신도도 포함됐다. 이로써 유씨의 도주를 도와 체포된 구원파 신도는 11명이 됐다. 검찰은 이들을 인천지검으로 압송해 양씨의 행방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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