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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제멋대로 약관' 소비자 울고 정부는 팔짱

입력
2014.06.0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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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소비자 불만 유형/2014-06-01(한국일보)
해외직구 소비자 불만 유형/2014-06-01(한국일보)

보상규정 몰래 바꾸고 발송 지연돼도 나몰라라 배송대행 불만 최다

공정위 "사건 요청 없어" 표준약관도 못 만들어

“업체 마음대로 소비자에게 불리하도록 약관을 바꾸다니, 사기 아닌가요?”

최근 유명 온라인 쇼핑 커뮤니티 ‘뽐뿌’(ppomppu.co.kr)에는 해외직접구매(이하 해외직구) 업체 O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O사가 소비자가 배송을 맡긴 외투를 분실해놓고 보상규정을 소비자 몰래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기존 보상규정에 따르면 상품을 분실할 경우 같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구해줘야 했지만, O사가 급히 수정한 규정은 상품값만 되돌려 주면 되도록 했다. 피해자 ‘졸리플록’씨는 “상품을 판매하는 해외 사이트의 세일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O사가 돌려주는 돈으론 같은 외투를 살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불리한 해외직구업체의 약관 탓에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해외직구가 일반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배송대행 업체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새로운 분야인 탓에 아직 정부가 인정하는 모범거래 기준인 표준약관조차 없는 실정이다.

배송대행 과정은 해외직구를 하는데 있어 가장 불공정 약관 시비가 많이 일어나는 분야이다. 배송대행 업체는 국내 소비자가 해외 온라인 상점에서 산 상품을 소비자를 대신해 받고 다시 국제택배로 한국의 원 구매자에게 보내는 역할을 한다. 배송대행 업체가 필요한 것은 해외 상점이 한국으로 직접 물건을 배송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들은 상품을 팔지 않으니 전자상거래업체로 볼 수 없으며, 일반 택배업체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국내 최대 배송대행 업체로 꼽히는 M사의 경우 최근 배송 지연 보상 문제로 고객들의 원성을 자주 듣고 있다. M사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상품을 보낼 때 이용하는 항공사들이 M사의 제품을 몇 주나 늦게 발송하자 화가 난 소비자들이 “불공정 약관을 바꾸라”고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네티즌들은 “일반 택배회사와 달리 M사는 배송지연을 보상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비난한다. 네티즌‘한글 hhsun’는 “M사가 배송대행한 상품을 1년 뒤에 국내로 보내도 소비자에게 보상할 수 없다고 한다”며 “이런 불공정 약관 탓에 M사가 배송지연에 무심한 것”이라고 했다.

피해가 잇따르면서 해외직구 업체 약관을 못 믿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달부터‘뽐뿌’에서는 소비자들이 유명 해외업체 약관을 일일이 그림 파일로 만들어 게시판에 올려 보존하고 있다. 업체가 약관을 언제 불리하게 바꿀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당장은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표준약관을 만드는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법에 따르면 표준약관은 공정위가 문제를 적발하거나 사업자 또는 한국소비자원이 요청할 때 만드는데 아직 인지된 문제가 없고 특별한 요청도 들어온 게 없어서 약관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원 관계자 역시 “배송대행 업체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현재로선 해외직구 가이드라인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상품을 산 업체의 약관이 불공정하거나 배송대행 업체가 해외에 기반을 둔 법인인 경우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업체를 처벌하거나 소비자를 구제할 방법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지만 당장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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