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한 해운대 찾은 시민들 우려의 목소리
“기운 빠진 해경이 제대로 해운대를 지켜줄지 걱정이에요.”
올해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 본격 개장한 1일, 이곳을 가족과 함께 찾은 주부 서모(34)씨는 “세월호 사고만 떠올리면 해경이 싫어진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당장 해수욕장 안전을 맡고 있는 만큼 그들의 사기가 더 떨어져선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로 드러난 무능력 탓에 해경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속속 개장하고 있는 해수욕장에서의 해경의 안전 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정작 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은 해경의 사기 저하가 오히려 더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조직 해체가 사실상 결정된 마당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우근찬(61)씨는 “공무원들은 명예로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제대로 일을 하겠느냐”고 걱정했고, 대학생 손모(21)씨는 “조직이 곧 없어진다는데 신나서 일할 사람이 있겠는가. 대통령이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며 지난달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전격적인 해경해체 결정을 꼬집었다.
전직 경찰이라고 밝힌 오모(61)씨도 “헤엄치다 빠지면 해경이든 육경이든 누군가는 구해야 할 것 아니냐”면서 “군인이나 경찰은 사기가 충만해야 힘을 내는데 걱정”이라며 혀를 찼다. 이런 민심을 감안한 듯 이날 오전에 열린 해운대해수욕장 개장식에서 이정근 남해해경청장은 “제복을 입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기를 먹고 사는 조직이다. 격려와 성원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경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는 극에 다다른 상태다. 직원들 사이에선 해수욕장 등 현장에 나갈 때 정복을 입을지, 사복으로 갈아 입어야 할지 논쟁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지난달 한 바닷가에서 안전주의 당부에 초등학생이 “신경 쓰지 말고 팽목항이나 가봐라”고 대응했다던가, 파출소 인근 음식점에서 식사 배달을 거부했다는 소식 등이 전해지며 해경의 사기는 더욱 크게 떨어졌다. 부산해경 소속 A씨는 “지나가는 순찰 차량을 향해 침을 뱉는 시민을 직접 봤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 여름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부산해경은 지난해까지 한 주에 그쳤던 해수욕장 안전 훈련을 올해는 2주간으로 확대 실시했다. 해운대의 경우 6월에는 26명을, 7월부터는 62명을 투입할 방침이다. 성폭력 예방을 위해 육경과 협업할 직원 10여명도 별도 투입하고, 해상 안전을 공고히 하기 위해 소방당국과의 협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공홍무 부산해경 해운대안전관리센터장은 “내부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우리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데 직원들이 뜻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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