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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인 줄 알았는데 여우같이... 충무로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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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인 줄 알았는데 여우같이... 충무로 중심에 서다

입력
2014.06.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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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은 올 여름 최고 화제작인 ‘군도: 민란의 시대’와 ‘명량: 회오리 바다’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의 단역으로 영화에 입문한 그는 어느새 충무로 중심에 섰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조진웅은 올 여름 최고 화제작인 ‘군도: 민란의 시대’와 ‘명량: 회오리 바다’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말죽거리 잔혹사’(2004)의 단역으로 영화에 입문한 그는 어느새 충무로 중심에 섰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피도 눈물도 반성도 없다

오로지 돈만 밝히는 경찰이지만 사연을 지닌 듯한 얼굴에서 미워할 수 없는 매력 풀풀

"연기는 외모보다 섬세한 표현 여우 같은 박창민 역할 커다란 덩치로 전형성 깨고 반전"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의 박창민은 악인이다. 피도 눈물도 없고 반성도 없다. 오직 돈만 바라보며 앞으로 전진한다. 직업은 경찰. 게다가 감찰반에서 근무한다. 외모로는 허점이 많을 듯한데 치밀하다. 매번 상대방을 압도하며 상황을 주도한다. 그렇다고 미워할 수 없다. 기이하게 마음이 끌린다.

창민이 지닌 매력의 80% 가량은 조진웅에게서 비롯된다. 악인이긴 하나 뭔가 사연을 지녔을 듯한 그의 얼굴은 스릴러 형사물 ‘끝까지 간다’에 매력을 더한다. ‘끝까지 간다’는 지난달 열린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호평 받았고 29일 개봉해 31일까지 관람객 43만5,737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았다.

감초 같은 조연에서 어느새 주연으로 발돋움한 조진웅을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툼한 덩치가 인상적인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조리 있게 이야기했다. 여우의 머리를 지닌 곰이 떠올랐다.

‘끝까지 간다’는 정직하지 못한 형사 건수(이선균)와 그를 압박해 거대한 이익을 취하려는 창민의 대결을 줄기로 삼는다. 금품수수를 마다 않고 뺑소니도 서슴지 않는 건수가 지극히 선해 보일 정도로 창민은 절대악이다. 경찰 비리를 조사하는 위치에서 더 큰 비리를 저지르는 창민은 조진웅의 사람 좋아 보이는 외모와 한참 떨어져 있다.

조진웅도 “날이 선듯한 창민 역할이 나랑 어울릴까 스스로 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창민의 전형성을 깨기엔 제 큰 덩치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존 굿맨과 포레스트 휘태커, 리암 니슨 등 풍채 좋은 배우들을 좋아한다”며 “연기는 결국 외모보다 세심한 표현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제 외모를 십분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앉아서 제 옆모습을 거울로 보고 있으면 구부러진 등이 귀여울 때가 있어요. 곰돌이 푸우 같기도 하고…”

조진웅은 연극배우 출신이다. 대학시절부터 부산 연극무대에서 연기력을 쌓았다. 키가 180㎝가 넘는 연극배우가 부산에 많지 않아 덩치 큰 역할이라고 하면 모두 그에게 돌아갔다. “활자가 아닌 몸으로 연극 사조나 고전 희곡을 이해한” 그는 “연극 덕분에 어떤 연기가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다.” “어떤 캐릭터도 관대하게 받아들인 연극 활동이 좋은 자양분이 됐다”고 그는 스크린 데뷔 이전을 평가했다. 그는 “무대 출신이 아닌 배우를 배척하진 않지만 연극을 거친 배우라면 별 의문 없이 다가갈 수 있어 좋다”고도 말했다.

연극 연출도 곧잘 했던 그에게 영화 연출은 관심이 없느냐고 물었다.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인류가 선택하지 말아야 할 3대 직업이 있는데 1번이 배우, 2번이 영화감독, 3번이 경찰”이라고 말했다. “배우는 제 직업이라 그렇고, 경찰은 보통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는 하드보일드한 삶을 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화감독은? “영화감독들을 많이 만나서 느꼈는데 이게 할 짓이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주어진 시간에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게 무척 힘든 일이지 않나요? 저처럼 수동적인 사람에게 형벌이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최근 최동훈(‘타짜’ ‘도둑들’) 감독과 대화하며 영화 연출에 대해 조금은 마음이 열렸다. 그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글이 됐든 영화가 됐든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가 몸이 게을러서 아무래도 감독은 못될 것 같다”고 엄살을 부렸다. “술자리는 굉장히 부지런한데… 주량요? 소주 한 두 병 정도? 항상 맥주로 마무리 하는 스타일이죠.”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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