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일본과 미국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공격하고 중국이 반박하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30일 아시아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현상 변화를 고정하려는 움직임은 강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규칙과 법이 아닌 위압과 위협이 난무,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베는 이어 “일본이 아시아 지역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보다 크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해 적극적 평화주의에 입각한 집단적 자위권 해석변경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아베의 이날 발언은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해양진출 정책 강조 등으로 동남아 국가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을 겨냥한 것이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다음 날 회의에서 “최근 수개월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자기 주장을 내세우며 안정을 위협하고 일방적인 행동을 해왔다”며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장관과 함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해 일본을 거들었다.
이에 대해 왕관중(王冠中)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패권과 선동, 위협으로 가득 찬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중국과 국방사무 안보 관련 협상이 회복되기를 희망한다”는 일본 오노데라 장관을 향해 “일본이 잘못된 대중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또 “아베 선생의 강연 내용은 ‘함사사영(含沙射影)식으로 중국을 비난했다”고 날을 세웠다. ‘함사사영’은 입에 모래를 머금었다가 사람에게 내뿜어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고사성어다. 중국 언론도 아베의 연설이 “상당 부분 중국을 공격하고 일본 스스로 자랑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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