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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른 평양의 '로또 꿈'... 일본發 노다지에 눈독

입력
2014.05.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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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 교섭 담당대사가 30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북·일 합의와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 납치문제 재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북한 송일호 북일국교정상화 교섭 담당대사가 30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북·일 합의와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 납치문제 재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국교정상화 대가 무상자금 제공 등 대규모 경협 약속

2002년 김정일-고이즈미 '평양선언' 이행이 최종 목표

조선신보 "첫걸음" 천문학적 종자돈 마련에 큰 기대감

북한이 29일 일본과 납치자 문제 재조사와 대북제재 해제를 교환하는 ‘빅딜’에 합의한 것은 1차적으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특히 3차례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제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의 공고한 압박 구도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다분히 묻어난다. 양국의 밀월이 깊어질수록 3각 공조의 한 축인 일본을 적극 활용하면 촘촘히 짜인 제재 그물망에서 벗어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에 매달리는 것은 단순히 일부 제재 완화나 대외관계 개선 차원이 아니라 그 이상의 반대 급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톡홀름 북일 합의의 발표 과정은 전격적이었지만, 사실 합의 사항을 뜯어보면 기존에 양측이 논의해 왔던 교섭 내용이 많다. 납치문제 재조사와 특별조사위 가동, 독자 대북제재 해제 등은 2008년 북일이 실무자 협의를 통해 만든 가이드라인을 근간으로 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납치자 문제에 처음 합의했던 ‘평양 선언’이 자리잡고 있다.

주목할 점은 평양 선언 내용 중 ‘과거 청산’과 관련한 부분이다. 일본은 당시 국교 정상화를 전제로 북한에 무상자금을 제공하고 저금리 장기차관을 공여키로 하는 등 대규모 경제협력을 약속했다. 이후 북일 교섭 과정에서 이 항목에 대한 세부 논의까지 간 적은 없지만 북한 입장에선 천문학적인 종잣돈을 거머쥘 기회였다. 실제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체결된 대일 청구권 자금(5억달러)을 기준으로 해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일본이 북한에 지불해야 할 원조액은 50억~60억달러에 달한다. 북한의 1년치 무역총액(68억달러ㆍ2012년)과 맞먹는 돈이다. LG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50년이 지난 실질금리까지 반영할 경우 액수는 100억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합의엔 낮은 단계의 제재 해제안만 담겼지만 북한의 최종 목표는 평양 선언의 이행”이라고 단언했다. 북일 협상을 발판으로 경제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한방에 마련하겠다는 노림수가 있다는 얘기다. 북한도 이런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일 합의는 평양 선언 이행의 첫 걸음”이라며 경제원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한의 전략은 경제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김정은 정권의 조급증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집권 이후 경영효율성 조치 등 대내경제 부문에선 일부 성과를 내고 있으나 문제는 대외경제 분야다. 북한 당국은 14개 경제개발구(특구) 지정을 필두로 대규모 외자유치에 나서고 관광업을 새로운 외화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2012년 강성대국 선포를 기점으로 문수물놀이장, 미림승마구락부, 마식령스키장 등 각종 건설 사업도 지속해 막대한 재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2011년 62.2%에 달했던 대중 무역증가율마저 오히려 지난해 4.4%로 곤두박질치는 등 투자 여건은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북한이 일본의 원조 자금을 수혈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기본적으로 북일 합의 사항인 납치자 문제 해결과 제재 해제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매여 있는 탓이다. 무엇보다 비핵화의 진전 없이는 경제지원의 선결조건인 국교 정상화에 합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핵 문제가 답보인 상태에서 일본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북일관계가 개선되더라도 관계 정상화 논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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