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라면 11년 뒤인 2025년 인류는 달에 드나들게 된다. 몇몇 우주 선진국에 한해서이긴 하지만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내는 기술을 확보할 거란 얘기다. 예상대로라면 그때 달에 가는 우주인을 지켜볼 지구인은 80억명쯤 된다. 80억이라는 숫자를 마주한 순간, 그때쯤엔 달에라도 가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싶다.
그런데 유엔에서 활동하는 인구통계학자들은 2100년이면 지구에 사는 사람이 110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구가 100억명을 넘는 시점에 세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절반쯤은 진짜 달로 이사할까, 가난한 사람은 더 늘까 줄까, 미국은 여전히 큰소리를 칠까.
많은 전문가는, 과거에 비해 속도는 더뎌도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늘어난 인구가 미칠 영향은 대부분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원 고갈과 불평등, 고령화 등이 심화해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100억명>은 ‘100억’이란 숫자가 분명히 ‘기회’이니 두려워 말라고 말한다. 100억 명이 지구에서 함께 숨쉬더라도 세상이 그렇게 나빠지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명한 인문지리학자인 저자가 인구가 실제로 100억명이 됐을 때 일어날 변화로 꼽은 것들 중 삼림 면적의 회복, 채식주의자의 증가, 대학의 내실화 등은 참신하면서도 긍정적이기까지 하다.
저자는 100억명이 동시에 살아갈 것이라는 예상에 회의적이다. “개별적 인간이 원숭이보다 훨씬 뛰어나지는 않지만, 집단적 인간은 어느 누구도 계획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인구 변화의 흐름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3명 가지려는 부부보다 아예 안 낳으려는 부부가 훨씬 많아질 거라는 저자의 예상이 현실화하면 인구 증가 속도가 둔화하다 못해 멈출지 모를 일이다.
책의 무게를 만만치 않게 만든 방대한 데이터와 면밀한 조사, 참신한 분석에 혀를 내두를 만하다. 하지만 그래서 인구가 진짜 100억명이 된다는 건지 아닌지, 돼도 괜찮다는 건지 아닌지 명쾌하게 가려주길 기대한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다. “오직 시간만이 대답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평범한 결론으로 결국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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