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예술을 영화의 등장 전후로 나뉠 수 있을 것이라 주창했다. 그의 저서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기술의 진보에 따라 바뀌는 예술의 존재론적 위치와 미학적 사고에 대해 고찰했다. 수렴과 무한복제로 요약될 수 있는 디지털 시대 예술은 그 존재를 어떻게 바꿀 것이며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인 인문학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가. 진보적 인문학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이미지 인문학>은 이런 물음에 답하려 한다.
진 교수는 디지털이란 단어 자체가 이젠 낡은 것이 되었다고 선언한다. 이미 아날로그는 사라졌고 디지털이 너무 많은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의 ‘인문학 위기’도 디지털화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정보전달 매체가 텍스트 위주의 책에서 이미지와 사운드로 이동했기 때문이란다. 요컨대 그는 “오늘날 인간의 의식은 영상으로 빚어진다”고 말한다.
그는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 ‘테크노에틱’(Techno+Noesis를 합친 말)을 주장한다. ‘인간의 정신을 기술적 매체와의 관계 속에서 탐구한다는 의미’를 지닌 조어다. 진 교수는 디지털 시대 우리는 가상과 현실이 겹치는 곳에서 살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는 이런 특성을 ‘파타피직스’(Pataphyisics)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진 교수는 테크노에틱의 관점에서 파타피직스한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를 분석하고 변화된 인문학과 미학의 개념을 주창한다.
진 교수가 최근 5~6년 동안 여러 포럼과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과 신문ㆍ잡지에 게재한 원고가 반, 이 책을 위해 새롭게 쓴 내용이 나머지 반을 차지한다. 책 제목 끝에 붙은 ‘1’이 예고하듯 그는 이 책의 2권도 준비 중이다. 진 교수는 ‘실재도 아니고 가상도 아닌 유령 같은 존재가 발산하는 으스스한’ (디지털 시대의)느낌을 탐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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