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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 폐지는 자본가 수지타산에 부합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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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 폐지는 자본가 수지타산에 부합했기 때문"

입력
2014.05.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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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노예제도> 에릭 윌리엄스 지음ㆍ김성균 옮김, 우물이있는집 발행ㆍ472쪽ㆍ2만4,000원
<자본주의와 노예제도> 에릭 윌리엄스 지음ㆍ김성균 옮김, 우물이있는집 발행ㆍ472쪽ㆍ2만4,000원

1833년 영국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됐고 1862년에는 미국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노예해방은 인종차별로 착취당하던 흑인을 해방한 ‘인도주의의 승리’라고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에릭 윌리엄스는 1944년 낸 <자본주의와 노예제도>에서 이 같은 주장을 뒤집는다. 그는 “노예해방의 진정한 원동력은 인도주의가 아니라 경제 논리”라며 “자본주의와 노예제도는 태생적으로 내연관계”라고 규정했다. 이 책은 후일 트리니다드 공화국 총리를 역임한 윌리엄스가 27세이던 1938년 영국 옥스퍼드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을 개정ㆍ보완한 것이다.

그는 산업혁명이 완결되기 전까지 노예들은, 특히 흑인노예들은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에 필요한 생산용 노동력의 저렴하고 지속적이며 안정된 공급원이었다. 18~19세기 자본주의는 이른바 삼각무역을 통해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노예를 공급해줬기 때문에 산업자본주의로 이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이행과정에서 성장하기 시작한 부르주아는 노예제도를 유지하기보다 폐지하는 게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계산했다. 때마침 인도주의자들의 노예해방운동도 활발해졌다. 바로 이런 경제적 수지타산에 인도주의자들의 이상주의가 곁들여져 노예제도가 폐지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흑인 노예제도는 인종차별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며, 인종논리가 아닌 경제논리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출간 당시 자본주의 옹호자뿐 아니라 비판자들로부터 온갖 반론을 받았지만 지금은 자본주의 정치경제사 연구자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고전이 됐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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