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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바이러스 새 변종 국내서 첫 발견... 인체 위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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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바이러스 새 변종 국내서 첫 발견... 인체 위협하나

입력
2014.05.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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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변종 생성 과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변종 생성 과정

동물서 유래한 유전자 11개 모두 검출된 환자 발생

영·유아 위장염 설사 유발

인플루엔자보다는 덜 치명적이지만 장기 관점서 대비해야

영ㆍ유아에게 급성 위장염과 설사를 일으키는 로타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종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 사람에서 검출된 이 변종 바이러스는 유전자가 모두 동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변종의 출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로타바이러스 기존 백신이 변종 바이러스에도 효력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한층 강력한 백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원용 중앙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심한 설사 증상을 보인 아홉 살 여자 아이의 대변에서 새로운 변종 로타바이러스를 검출했다. 김 교수 팀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소와 고양이 유전자가 합쳐진 것이다. 로타바이러스의 유전자는 모두 11개다. 이번 변종의 11개 유전자 중 6개는 고양이, 5개는 소가 감염되는 로타바이러스의 유전자와 동일했다. 고양이와 소 로타바이러스가 생체에서 세포 내로 침투해 증식하는 도중 유전자를 주고받아(재조합) 변종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하고 있다.

다만 유전자 재조합이 동물의 몸에서 일어났는지 인체에서 일어났는지는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건 동물 유래 유전자로만 구성된 로타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김 교수는 “1996년 이탈리아, 2002년 미국에서 각각 고양이와 소 로타바이러스 유전자가 일부 섞인 사람 로타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11개 유전자가 전부 동물에서 온 로타바이러스를 실제 환자에게서 검출한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변종이 계속 출현할 가능성이다. 로타바이러스는 몸체를 구성하는 여러 단백질 중 감염과 발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두 단백질(VP7, VP4)의 구조에 따라 G형 27개, P형 37개로 분류된다. 유전자 구성이나 배열은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들이 서로 유전자를 섞을 경우 새로운 유전자 조합이 생겨나는데 이것이 바로 변종 바이러스다. 로타바이러스의 유전자가 DNA보다 불안정한 RNA라 변화가 심한 데다 바이러스 자체가 워낙 튼튼해 잘 죽지 않는다는 점도 변종 출현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변종 로타바이러스가 기존 로타바이러스와 다른 증상을 일으키거나 더 강력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기존 로타바이러스 감염이 대개 다섯 살 이하, 특히 3~24개월 사이의 영ㆍ유아에게서 주로 나타나는데 비해 변종 로타바이러스는 아홉 살 어린이에게서 검출됐다. 로타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주는 백신이 두 종류 있긴 하지만 각각 다섯 가지 이하의 한정된 바이러스 유형에만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

이 같은 상황은 인플루엔자(독감)도 유사하다. 예를 들어 2009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는 유전자(RNA) 8개 중 1개는 사람, 2개는 조류, 5개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왔다. 바이러스 3종류의 유전자가 재조합된 것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의 단백질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이 있고 이들이 서로 유전자를 섞으면서 끊임 없이 새로운 변종이 만들어진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유행이 예상되는 바이러스 유형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매년 다른 유형을 예방하는 백신이 생산된다.

로타바이러스는 증상이 인플루엔자보다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이고 감염 연령이 비교적 제한적이며 인체 감염을 일으키는 유형도 아직 적기 때문에 인플루엔자처럼 매년 다른 백신을 만들어낼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유전자 구성이 전혀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변종이 확인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과학자들은 강조한다. 지금은 다국적제약사에 로타바이러스 백신 공급을 의존하고 있는데 강력한 국산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변종 바이러스를 이미 확보했으니 동물과 사람 대상 임상시험 기간을 제외하면 약 3년 안에 예방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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