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韓 겨냥 "北 위협 대비 MD 추가 배치" 같은 날 WSJ도 "THAAD 한국 배치 검토" 보도 잇따른 공개 압박, 전작권 재연기와 빅딜설도 THAAD 배치되면 운영유지비 부담 가능성 높아
한국을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편입시키려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백악관과 의회, 국방부가 차례로 나서 미국 주도의 MD 체제에 들어오라는 신호를 최근 들어 잇따라 보내고 있다.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를 추진 중인 우리 정부는 여전히 MD 편입을 부정하고 있다. 동북아 MD 체제에 민감한 중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주한미군에 독자적으로 MD 체제를 도입하면 상호운용이나 운용비 분담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미국의 MD 체제에 한 발 걸치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오바마 MD 구축 강조가 신호탄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3월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의 구체적 내용으로 MD 체제 구축을 거론했다. 우리 당국자들은 “의례적인 언급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행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 달 뒤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간 MD 체제 상호운용성 강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 연방하원은 지난 22일 한국의 MD 체제 편입을 압박하는 법률 조항을 2015년 국방수권법안(국방예산안)에 포함시켜 가결했다. 이 법안은 국방장관이 한미일 3국 미사일 협력 강화방안의 평가작업을 실시토록 하고, 3국간 미사일 협력이 역내 동맹국과 미 본토 안보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적시했다. 미 국방부가 나서 일본처럼 한국을 MD 체제에 참여시켜 동북아 3각 안보체제를 구축하라는 주문이다.
그러자 한국을 고려해 침묵하던 미 국방부까지 가세했다. MD 체제 구축을 책임진 제임스 윈펠드 합참차장은 28일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위원회 연설에서 북한 위협에 대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MD 체제를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령 괌 이외 지역에 배치를 검토해야 한다”며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나 (MD 체제) 협력 증진이 북한 도발에 맞설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한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윈펠드는 “MD 체제의 최우선 과제가 북한 미사일 위협이며 이를 억제하는 MD 체제는 미국의 최고 베팅”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미 국방부가 고고도방어체계(THAAD)의 한국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이날 자 보도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 신문은 미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주한미군에 THAAD를 배치한 뒤 한국에 이를 구매토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동시다발로 교묘하게 한국의 MD 체제 편입을 압박하는 것은 아시아재균형 전략의 연장선에서 이해되고 있다. 이 전략의 군사정책인 한미일 3각 안보축 구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동시에 긴밀해지는 한중 관계에도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의회, 국방부의 공개 압박이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협상과 맞물린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빅딜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의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한국의 MD 체제 편입을 놓고 양국이 거래를 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주한미군 MD 운영유지비 분담할 수도”
우리 정부는 KAMD가 MD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논거는 크게 두 가지다. KAMD가 미국이 추진하는 MD에 비해 방어고도가 훨씬 낮고, 그간 한미 양국의 정부간 대화에서 미국이 원하는 MD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미국측이 우리에게 THADD와 관련해 “협의해온 것이 없다”며 “MD와 상호운용성은 중요하지만 KAMD와 연동은 전혀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한미 양국의 국방협력이 중요하지만 중국을 의식해 대놓고 MD를 지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29일 “THAAD는 고고도 요격방어체계”라며 “KAMD와는 요격범위가 다르다”고 말했다. THAAD는 적 탄도미사일이 낙하할 때 고도 100~150㎞에서 요격하는 미사일체계인 반면 KAMD는 그보다 고도가 낮은 40~50㎞ 이하의 적 미사일을 겨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MD 최종단계 요격인 THAAD의 한국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에서 이 같은 설명이 언제까지 설득력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 정부가 개발하고 있는 장거리요격무기(LSAM)의 타격 고도는 60㎞에 달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THAAD와 요격 범위가 중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미국이 한국에 THAAD를 배치할 경우 운영ㆍ유지 비용은 우리 정부가 부담할 가능성도 높다. 김 대변인은 “우리가 THAAD를 구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한미 연합전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되면 운영ㆍ유지 비용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서 부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MD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MD 문제가 회담의 공식의제는 아니지만 주요 관심사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미측의 요구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앞으로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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