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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후유증은 잊혀지지 않는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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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 후유증은 잊혀지지 않는 흉터

입력
2014.05.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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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희 충북발전연구원 수석연구위원ㆍ지역균형발전협의체 자문단회장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갈등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정부에서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좋은 규제’라 평가되는 개발제한구역(GB)에 대해 전 방위적으로 관련 법령 대부분을 개정하는 등 수도권 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3월 제5차 지역 경제활성화대책 발표를 통해 개발제한지역해제 취락지역에는 주거지역 용도로만 허용되었던 것을 준주거지역, 근린상업지역, 준공업지역으로 업조닝을 통해 공장 등의 설치가 가능하도록 용도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도권 기업의 비수도권 이전이 급감하였다. 규제 완화 전후 2년 동안 수도권 이전기업 41% 감소하였으며, 기업의 선호도가 높은 충북에서조차 68%가 급감한 바 있다. 결국, 정부에서는 이번 조치로 수도권뿐만 아니라 비수도권까지 업조닝 효과가 동일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봇물처럼 터져버리는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해 지역 간 불균형의 격차만 더욱 크게 만들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22조와 제123조에 “국가는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간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 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여 국가균형발전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 아래 수도권 집중을 유발하는 투자 활성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함으로써, 헌법이 정한 균형발전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는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여객선 선령 완화(20년→25년→30년)로 빚어진 무분별한 규제 완화 결과로 전 국민은 충격과 함께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번 세월호의 국가적 대참사를 거울삼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는 암 덩어리다’라고 천명한 후 벌어지는 무분별한 규제척결을 당장 중지하여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규제,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 비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경제 주체의 권리와 행위를 일정 수준 제한하는 법과 제도는 명칭만 규제일 뿐 쓸데없이 발목 잡는 규제와 같은 차원으로 취급될 대상이 아니다. 특히 수도권 규제가 특정 정권 차원을 넘어 수십 년간 국민적 합의의 토대 위에 정책 방향으로 유지돼온 이유이기도 하다.

현행 수도권 규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수도권 과밀 억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법과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손봐야 한다는 취지이다. ‘기업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무조건 악(惡)’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전제로 한 것과는 다르다. 수도권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오히려 과밀화로 인한 교통혼잡, 환경오염, 토지ㆍ주택 부족, 물가상승 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규제를 풀어 기업 활동으로 얻게 될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과밀화의 부작용이 초래할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지방의 피폐화에 정부는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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