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문제에도 여전한 김기춘 비서실장이 진짜 권력인가
세월호 왜 구조하지 못했나 건너뛰지 말아야 국가개조 출발
또다시 세월호를 이야기한다. 6주 전 지적한 문제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왜 구하지 못했는가.
그동안 정부의 대처는 왜 침몰했는가에만 초점을 맞추더니 국가개조로 넘어가버렸다. 언론의 보도도 따라간다. 세월호의 소유주인 청해진해운의 민관유착, 실질적 소유자인 유병언의 기이한 행적, 유병언을 잡지 못하고 쫓기만 하는 검찰의 행태가 이어지더니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사과가 나왔다. 해경해체와 국가개조론이 등장했다. 모든 신문의 1면을 대통령의 눈물이 뒤덮고 방송에는 클로즈업 장면까지 등장하더니 안대희 총리 후보 내정, 정부 개편 소식으로 흘러갔다. 28일 총리 후보의 자진사퇴로 잠시 주춤했을 뿐 왜 구하지 못했는가는 언론의 관심사에서 잊혀지고 있다. 심지어 ‘관피아 척결’의 문제조차 철도로 관심이 옮겨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여전히 왜 구하지 못했는가이다. 왜 침몰했는가는 이제 충분히 알았다. 어서 유병언을 잡아서 족쳐주기 바란다. 왜 구하지 못했는가를 밝혀야 어떻게 정부가 304명의 목숨을 구하지 않을 수 있는지, 업체와 감독기관의 유착 정도가 아니라 정부 속에 또아리 튼 진짜 민관유착을 밝혀낼 수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존재하면서도 업체로부터 웃돈을 더 벌자고 국민 생명을 구하지 않으려는 공무원 조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디부터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 가공할 악행에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낸 공영방송은 고의로 가담했는지 안 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해경이 ‘전원구조됐다’는 이유로 구조하려고 달려온 민간 어선이나 미군 소방방재청 해군의 구조를 막았던 것이 해경만의 자체 결정인지 속속들이 밝혀야 한다. 도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면 시민의 생명 구조를 막을 수 있는지 그 뿌리를 파헤치지 않고서는 국가개조란 어림도 없다.
그런데 왜 구하지 않았는가를 침묵하는 정부는 도대체 누가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대통령이 눈물로 호소한 국가개조 계획은 27일자로 뒤집혔다. 유민봉 국정기획 수석이 나와서 국무회의 결과라고 밝힌 것은 교육부총리의 신설이자 행정자치부의 부활이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보다 더 센 권력자로 의심받고 있다. 안대희 총리 후보가 28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렇게 전했다. “비서실장을 통해 내용을 들으신 박 대통령은 안타까워하시는 것 같았다고 비서실장은 전했다.”대통령이 안타까워했다고 비서실장이 짐작했다는 것인지 진짜 대통령이 그랬다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대통령을 직접 보는 사람은 비서실장 뿐인가.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조차 한동안 김기춘 비서실장을 부르는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눈물로 국가개조안을 호소한 대통령은 그날로 아랍에미리트로 떠나 한국이 수출한 원자력발전소 현장에 참석했다. 이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력폐기물 처리시설을 수주한 업체는 세월호의 실권자 유병언의 호를 딴 ㈜아해(정석케미컬)라고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이 발표했다. 회사도 인정했다. 이명박 정부 이래 이 회사와 권력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박근혜 정부는 그 관계를 이어받았는가 아닌가.
나라에는 무서운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고양터미널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장성요양병원화재로 21명이 사망했다. 서울지하철에도 방화가 일어났지만 직원과 시민들이 빠르고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인명피해는 승객 1명의 부상으로 끝났다. 시민의 힘만 제대로 굴러가는 국가가 됐다.
무능한 것인지 부패한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누가 어떻게 권력을 집행하길래 이 나라에는 재난이 그치지 않는지, 세월호에 탄 사람들을 왜 구하지 못했는가를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실의 문제들을 속속들이 밝히지 않은 채 아무리 바꾸고 뒤집어야 그건 국가개조가 아니다. 쇼일 뿐이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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