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남녀 소비유형 파악 각각 9가지 모델로 체계화 맞춤카드 2종 우선 출시
직장 새내기 김모(29)씨는 신용카드로 하루 약 1만원을 아낀다. 김씨는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고(400원), 모닝커피를 사 마시고(1,000원),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1,000원), 저녁에는 운동을 하고(3,000원), 퇴근 후에는 온라인 쇼핑(5,000원)을 한다. 김씨의 동선을 알고 있는 카드사가 알아서 척척 할인혜택을 준 덕이다.
카드사들의 빅데이터 전쟁이 시작됐다. 빅데이터는 기존에 고객관리프로그램(CRM)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자료를 토대로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미래 소비패턴을 예측해 상품 및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자사 회원인 2,200만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소비유형을 대표하는 남녀 각각 9가지 유형으로 모델화한 ‘코드 나인(Code 9)’ 체계를 구축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지금까지 성별과 연령 등으로 소비패턴을 나누는 것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남성은 ▦루키(사회 초년생) ▦스마트 세이버(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남성) ▦보보스(일을 즐기고 독특한 소비감각을 지닌 남성) ▦그레이 젠틀맨(필수 소비만 하는 시니어) 등으로 세분화했다. 여성도 ▦잇걸(럭셔리한 소비를 하는 젊은 여성) ▦알파맘(자녀교육에 매진하는 엄마) ▦프리마돈나(문화와 여가를 즐기는 싱글 직장 여성) 등으로 나눴다.
삼성·하나SK도 활용 뒤 카드 이용 증가로 이어져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과거 20대 여성을 위한 카드를 만들었더니 30대 남성 이용이 높았고, 주유카드는 마트에서 많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카드사가 예상한 상품 목표군과 실제 이용고객간의 차이를 빅데이터를 활용해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18가지 유형 중 우선 사회초년생을 위한 신용카드 ‘23.5’(지구 자전축 기울기를 의미)와 실용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직장인을 위한 체크카드 ‘S라인’을 먼저 내놨다. 신한카드는 이번 상품 출시로 150만장의 카드를 신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한카드는 상품 출시 전 조사에서 고객 맞춤형 카드 이용률이 일반 카드 이용률보다 5%가량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도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에게 맞춤형 가맹점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링크’ 서비스를 개시한 후 관련 서비스 사용 고객이 크게 늘어났다. 하나SK카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카드를 이용할 때마다 유사 업종의 할인쿠폰을 주는 등 이벤트를 진행하자 이벤트 전보다 카드 이용액이 월 7만원 이상 늘어났고, 카드 이용률도 5%가량 증가했다. 무작위의 할인 정보보다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카드 이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혜택만 챙기는 알뜰족 카드 회사에 타격 줄 수도
하지만 카드의 할인 혜택만 챙기는 ‘체리피커’로 인해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가 카드사에게 타격을 줄 것이란 예상도 있다. ‘23.5’의 경우 전월 실적에 관계없이 생활밀접업종에서 1%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데 카드사가 이 서비스 비용을 만회하려면 카드 이용률(총 발급카드 중 실제 이용률)이 70%를 넘어야 한다. 통상 카드이용률이 50%만 넘어도 히트작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달성하기 쉬운 목표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 혜택 범위를 넓혀 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카드사에게 당장 이익이 되겠지만, 서비스 비용도 동시에 커진다”고 말했다.
개인 사생활 침해와 정보유출을 막는 것은 숙제다.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마케팅 차원에서는 우수하지만 실시간 개인 동선을 파악할 수 있고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취합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와 보안기준을 엄격하게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