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그제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한국에 첨단 MD체계인 고(高)고도방어체계(THAAD)를 직접 배치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한 부지 조사까지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어 제임스 윈펠드 미국 합참차장은 같은 날 “북한 위협에 대비해 아태지역에 MD를 추가 설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해 사실상 한국이 후보지임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는 THAAD를 한국에 일시 배치한 뒤 한국군이 이를 구매해 운용토록 하는 등 한국의 MD 편입 절차까지 치밀하게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MD와 상호운용성이 밀접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구축하면서 그 동안 미국 MD체계 편입에는 손사래를 친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THAAD 1개 포대를 설치하는데 1억달러 가까운 돈이 든다. 또 THAAD는 적의 미사일을 40~100㎞ 상공에서 요격하는 고공권역 방어체계여서 한반도 남북관계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다. KAMD가 40㎞ 이하 종말단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방어망으로 운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마지막으로 중국과의 전략적 이해관계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중국 견제용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자칫 중국을 자극해 불필요하게 동북아 긴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를 한국의 MD 편입과 연계하기로 합의했다는 빅딜설이 파다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MD시스템의 상호운용성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THAAD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국방부의 발표도 있었다.
이쯤 됐으면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 내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대화(아시아안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본격 거론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우리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한 공론화의 과정을 밟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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